달빛마저 무색하게
하얀 눈이 걷는 걸음 걸음
등불을 비춰주는 아키타의 밤.
이미 얼큰한 취객들의 갈지자 걸음이
가로등 아래 각자의 길을 만들고
흔들리는 주점의 백열등이
낯익은 추억을 담은 영사기를 틀어준다.
달큰하게 취해 웃다가
내 옷인 줄 알았는데
이제껏 남의 옷을 입었다니.
흩날리는 눈을 눈으로
꿈뻑꿈뻑 훔치다가
벗어 던진 옷을 보며
이게 다 꿈 인양
눈처럼 녹아버렸음 하더라.
대부분 겪어봤을까? 우리 것 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충격을 말이다.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점령당한 아픈 기억이었음을 우리 땅이 아닌 아키타의 어느 시골 주점에서 느꼈다. 술에 취하면 잊는다고 했던가. 하지만 마셔도 마셔도 아픔은 깊게 각인될 뿐 그날 저녁의 눈물은 얼지 않았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잔재때문에 역사의 성장통을 여전히 겪었던 2011년 연말 어느 날.
일본 JAPAN 아키타Aki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