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할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같이 일을 하는 친구랑 우연히 깊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친구인데, 나도 한국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보니 그 아이의 학부생활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 친구가 대답하기를, '잠을 많이 못 잔 것 같다. 일이 너무 많아서 많이 배우지만 그만큼 개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게 많았다.'
멕시코에서 자란 그 친구에게 MIT는 많은 것을 배운 곳이긴 하지만 멕시코에 있을 때 더 행복하다고 했다. 돈은 많이 못 벌지만 많이 웃게 되고,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고,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이 진실되게 이야기한다고.
그 옆에 있던 이탈리아 친구는 이 이야기를 듣더니 덧붙인다.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삶을 사느냐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이탈리아는 음식이 많이 중요하다고 했다. 단지 맛있는 음식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고 대화를 하는 모든 게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다른 것보다 일이 가장 중요한 나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음식을 음식 자체로 중요시 여기기보다는 생존하기 위해 먹는 것으로 여겨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그 안에서 대화를 잃어버린다고.
그러고 보니 유럽 친구들이 대부분인 연구실에서 느꼈던 것이, 이 친구들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대화를 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그걸 나누어 먹는 걸 행복해한다. 만난 지는 얼마 안됐는데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고 함께 했던 시간이 참 많았다.
행복과 음식,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의 균형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질문했다. 삶의 균형을 잡는 게 참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본인 삶의 균형이 깨진것 조차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그럴 땐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이탈리아 친구가 말하기를 본인이 삶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상황에 휩쓸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삶아가면 안 된다고. 그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프랑스 친구는 네 가지를 말했다. 지금은 두 가지만 기억이 남는데, 그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따르는 것.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친구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 본인은 명상을 한다고 했다.
이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것은 인생, 행복, 삶의 균형, 어떤 질문을 해도 본인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질문 자체가 어떤 무게를,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고려한다. 가령 질문에 어떻게 올바로 답해야지가 아니라 질문 자체가 올바른 지 혹은 해도 되는 질문인지를 판단한다.
이 친구들은 언제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할 기회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암튼 삶의 균형이란 본인이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그날의 대화는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