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를 지키고자 하는 한 명의 제작자 이야기
내가 했던 참여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방송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된 성공한 프로그램이기도 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지금의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바로 함정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래되고 성공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변화가 많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고정 시청층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고정적인 연출 방식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제작진이 이제껏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시도를 하며 고정적인 연출을 깼다. 게임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데, 개그맨을 섭외하고, 가상 세계라는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콘셉트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출처: 영화사전)'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프로그램을 봤을 때 나는 “엥? 이게 다큐야?”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런데 그게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또 한 번 보고 싶어서 또 보고, 다시 생각나서 또 보고, 총 3번을 보게 되었다.
이 도전적인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다큐다운 다큐는 뭔데!!!!'라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스스로 다큐다운 다큐를 정의하고 있던 것을 아닐까 하며 돌아보기도 하였다. 그러고는 마음속에서는 호기심이 더 커져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조연출분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에 대해서 여쭤봤다.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게임을 하는 10대에서 20대 정도의 연령층이 보도록 하고 싶었고, 그것을 제작한 연출분이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그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결국 방송을 보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지니 기존 다큐의 연출이 아니라 새로운 연출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이해가 되었다.
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 다큐멘터리가 원하는 타깃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엥 이게 다큐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내가 게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고정된 연출을 따라갔을 것이고, 결국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닿을 수 없는 방송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나는 이제껏 어떤 것을 다큐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다큐가 정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했던 다큐일까.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이야기했다면, 게임 다큐멘터리처럼 ‘가상’을 이야기하는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큐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다큐를 하나의 장르로 이야기하던 시대를 넘어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