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에 담아낸 주관적인 코멘터리
코멘터리
영화나 방송프로그램에서 어떤 장면이나 행위를 해설 또는 부연 설명하는 내레이션.
(출처: 만화애니메이션사전 2008. 12. 30.)
모던 패밀리 시즌1 17회 <밝혀진 진실>에서 나온 장면이다. 학교 연극에서 원하는 역할을 맡지 못해 속상해하는 매니델가도에게 새아빠 제이 프리쳇은 ‘시련을 이겨내면, 더 강해진다’라는 액자를 들고 다가온다.
제이프릿쳇
"방에 걸어 놓고 매일 아침 되새기다 보면 절대 좌절하지 않게 될 거다."
매니델가도
"근데 틀린 말이잖아요."
제이프리쳇
"뭐라고?"
매니델가도
"시련을 겪다 보면 더 약해져요. 친구네 할아버지가 심장 마비였는데 이제 기계 없이는 숨도 못 쉬세요."
‘시련을 이겨내면, 더 강해진다’라는 흔한 말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흔한 말보다도 '시련을 겪다 보면 약해진다'는 매니 델가도의 말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화 속에서 말한 심장마비같이 물리적인 아픔이 아니라도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나 갑자기 닥친 위기 등 시련 중에서도 꼭 사람을 더 약해지게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나도 회사 생활 속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이제껏 겪은 것보다 난도가 높은 시련을 겪어본 적이 있다. 그 시련을 겪기 전까지는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배우는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루만 버티자, 일주일만 버티자, 한 달만 버티자
해오면서 석 달이 지나고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버텨도 버텨도 상황은 점점 좋아지지 않고, 매일 울음을 쏟아낸 머리는 버티지 못하고 두통이 밀려오고 건강이 악화하였다.
그제야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나를 회복시키는 데 일 년 반이 걸렸다. 만약 내가 하루만 더 일찍 나왔다면, 아니 일주일을, 아니 한 달을. 그랬다면 나는 조금 더 회복이 빨랐을까. 이때 신에게 가장 많이 물어봤다.
“시련은 겪으면 더 강해지는 건가요, 약해지는 건가요?”
내가 겪은 시련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버티는 것이 의미가 있던 것인지, 그냥 나를 힘들게 하던 것을 떠나는 게 의미가 있던 것인지 신한테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시련이 두 종류로 나누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겪으면 약해지는 시련이 있고, 겪으면 약해지게 하는 시련이 있는 것이다. 그 두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나에 대한 인식’이다. 내가 나를 더 싫어하게 되고, 못 믿게 되는 시련은 스스로가 약해지는 시련이다. 반대로 내가 더 나를 대견스럽게 여기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면 스스로가 강해지는 시련이다.
시련은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지에 따라 나를 약하게 하거나 강하게 하는 두 가지 쓰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내 앞에 다가올 시련 중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을 구분하고 피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시련 속에 있다면 이 시련의 쓰임을 구분하는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련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고,
나를 약하게 하는 시련은 언제든지 이기지 않고 떠나도 괜찮다는
과거에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나는 이제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