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 퇴근이 늦어진다고 했다. 혼자서 저녁을 차려먹고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냥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오기는 왠지 아쉽다. 한번 나간 김에 적어도 2개의 볼일은 해치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침 비 내리는 저녁.
카페에 가서 창가자리에서 책을 보면 딱 좋다.
"어디야?"
"저 집 앞에 있는 카페예요."
"난 집에 가고 있어."
"언제 도착해요?"
"10분 남았어."
"그럼 우리 주차장에서 만나요."
"먼저 들어가."
"싫어요. 같이 들어갈래요."
비가 오니까 기다리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라는 배려인건 알았지만 남편의 말에 지체 없이 싫다는 말이 나왔다.
어두운 집을 혼자 들어가기보다는, 남편과 함께 들어가고 싶다. 남편이 곧 오고 있고 내가 동네에 있다면, 난 남편을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
집에 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
난 남편을 너무 좋아한다.
남편하고 얘기하는 게 제일 재밌고, 남편 하고 노는 게 제일 재밌었다.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지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평일 낮에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저녁에 만나면 더 반가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주말에 하루종일 붙어있어도 안 질리는 걸 보면 아닌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당신이 좋을까?
우리 아파트 로비에는 긴 의자가 하나 있다. 거기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