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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pr 25. 2023

다림질

오늘 새벽에는 남편보다도 먼저 눈을 떴다.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본다.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새벽에 일어나서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렸다. 

다림판을 꺼내고, 스팀겸용 다리미의 전원을 켰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우마가 필요 없다는 다림판과 옷감이 안 탄다는 다리미를 샀었다. 

장비 덕을 톡톡히 본 건지 다림질이 재미있다. 


나는 결혼하고 거의 처음으로 다림질을 해 봤다.

다림질도 마치 운전과도 같이 하다 보면 점점 능숙해지고 삶의 일부가 된다. 


"다림질을 어떻게 해?"에서 "와이셔츠 다림질을 왜 세탁소에 맡겨? 집에서 다리는 거 간단해."로 바뀌는 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이셔츠를 다릴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판판하게 펴지는 행위에 집중한다. 

뇌의 휴식시간이다. 

다 다려진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걸 때 기분이 좋다. 

다 다린 와이셔츠는 유통기한이 하루이다.

남편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나면 저녁이면 쭈글쭈글한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면 또다시 다림질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옷이 펴지는 게 기분이 좋다. 


아침에 다리미로 와이셔츠를 다렸더니 하루의 시작부터 판판한 대로를 걷는 기분이다. 

'펴진다는 것' 그 의미가 옷에서 사람에게도 옮겨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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