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는 남편보다도 먼저 눈을 떴다.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본다.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새벽에 일어나서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렸다.
다림판을 꺼내고, 스팀겸용 다리미의 전원을 켰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우마가 필요 없다는 다림판과 옷감이 안 탄다는 다리미를 샀었다.
장비 덕을 톡톡히 본 건지 다림질이 재미있다.
나는 결혼하고 거의 처음으로 다림질을 해 봤다.
다림질도 마치 운전과도 같이 하다 보면 점점 능숙해지고 삶의 일부가 된다.
"다림질을 어떻게 해?"에서 "와이셔츠 다림질을 왜 세탁소에 맡겨? 집에서 다리는 거 간단해."로 바뀌는 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이셔츠를 다릴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판판하게 펴지는 행위에 집중한다.
뇌의 휴식시간이다.
다 다려진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걸 때 기분이 좋다.
다 다린 와이셔츠는 유통기한이 하루이다.
남편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나면 저녁이면 쭈글쭈글한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면 또다시 다림질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옷이 펴지는 게 기분이 좋다.
아침에 다리미로 와이셔츠를 다렸더니 하루의 시작부터 판판한 대로를 걷는 기분이다.
'펴진다는 것' 그 의미가 옷에서 사람에게도 옮겨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