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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pr 05. 2023

넷플릭스 안 보고 남편 봐야지

넷플릭스 애청자였던 나는 몇 달 전 넷플릭스를 해지했다. 다른 OTT를 가입해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었는데, '더글로리'가 넷플릭스에서 하고야 말았다.


워낙 유명한 드라마이지만 나는 현재 넷플릭스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몇 달 후에 다시 가입해서 보려고 참고 있었다. 현재 가입한 OTT는 처음 가입한 조건으로 첫 달은 100원, 그리고 그다음 두 달은 반절로 가격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딱 세 달만 보다가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잠깐 넷플릭스를 떠난 사이에 유명한 드라마 '더글로리'를 방영했다.


'더글로리'가 재밌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려왔지만 꿋꿋하게 "나중에 볼 거야."라고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족끼리 호캉스를 가게 되었는데 넷플릭스 회원인 가족 구성원 한 명이 넷플릭스를 미러링 해서 티브이에 연결해 주었다. 그렇게 더글로리를 시작한 나는 새벽까지 '더글로리'에 미쳐서 보다가 잠이 들었다. 한번 빠지면 시즌1이 끝날 때까지 몰아서 보는 시청패턴을 지닌 나는 '더글로리'가 너무 보고 싶었다. 보다 말아버려서 다음 편이 너무 궁금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찾아왔다.

남편과 타지방에 가게 되어서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그 숙소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볼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더글로리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남편은 라이브로 농구게임을 보고 있었다.


"지금 플레이오프야."

나는 사실 스포츠경기를 티브이로 보는 건 크게 관심이 없어서 플레이오프 경기시청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저건 일반 방송이잖아. 여기 OTT 된데. 우리 빨리 넷플릭스 틀자!"


넷플릭스 없이 두 달째 버티고 있는 남편도 당연히 넷플릭스를 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거 너무 보고 싶은데 이 경기만 다 보면 안 될까요?"

티브이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 말하는 남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귀엽고, 예쁘게 말하는 말투가 귀여웠다. 내 남자는 안 예쁜 구석이 없다.


"아 귀여워. 당연히 되죠. 난 넷플릭스 된다고 알려주려고 했어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바쁘게 하루를 보낸 남편은 너무 피곤했는지 농구 경기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자고 있어도 농구경기 라이브를 끝까지 끄지 않았다.


넷플릭스 안 보고 남편 봐야지.


더글로리보다도

넷플릭스보다도

남편이 더 좋다. 


옆에서 자는 남편을 바라보니 나도 일찍 자고 싶어 진다.

일찍 자야지 일찍 일어나는 남편과 내일 더 빨리 만날 수 있다.


티브이 전원을 끄고 남편 옆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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