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검사는 1차와 2차를 합산해서 결과를 알려준다. 임신 10주부터 할 수 있는 니프티 검사를 미리 하려고 했었는데, 이사하면서 다니게 된 병원에서 니프티 언급 없이 기형아 검사 1차를 잡아주길래 흐지부지 넘어갔다.
임신 12주 2일 차, 1차 기형아 검사를 하러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저출산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는 여의사 선생님들이 있어서 산모들로 붐비는 곳이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지난번에 한 산전검사 결과를 알려줬다. 다른 수치들은 다 좋은데 A형 간염 항체가 없다고 했다. A형 감염 예방주사는 출산 후에 맞아도 된다고 했다.
이제 초음파를 보러 가자고 하셨다.
"저도 봐도 되나요?"
남편의 당돌한 질문에 의사 선생님께서는 웃으면서 좀 있다가 들어오라고 하셨다.
베드에 누워서 배를 걷고 차가운 초음파젤을 배에 발랐다. 까만 화면에 점점 아이의 모습이 잡히기 시작한다. 남편은 내 머리맡에서 같은 화면을 보았다.
1차 기형아 검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태아의 목 뒷부분의 피부 아래에 있는 투명대의 두께이다. 목덜미 투명대의 두께이다. 보통 3mm 이하면 정상으로 보는데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1.4mm가 나왔다. 아이는 5.6cm이며 주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다.
4주 뒤, 16주 2일에 2차 기형아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혼자 가려고 했는데 또 남편이 따라온다.
바쁘니까 혼자 가도 된다고 했는데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면서 따라오는 게 너무 고마웠다.
남편과 함께 초음파를 보는데 아이가 손을 이마에 올리고 있었다.
'이건 남편이 자주 하는 자세인데?'
남편은 누워있을 때 종종 손등을 이마에 대고 있고, 한쪽 다리는 펴고 한쪽 다리만 굽힐 때가 많이 있었다. 아이는 영락없이 남편 자세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다리는 길게 쭉 뻗어있었다. 남편의 긴 다리와 자세를 한 남편 주니어였다. 초음파를 보는데 실실 웃음이 나온다.
"혹시 성별은 어떻게 되나요?"
16주면 성별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튀어나와 있네요."
아들이다.
남편을 꼭 닮은 아들.
그렇게 바랬던 남편을 닮은 우리의 아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아이를 보고 태명을 지어줬다.
태명은 남편이름으로 했다. 태명을 일부러 지을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초음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남편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남편은 내가 지은 태명을 듣고 나서 조금 어이없어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의견을 존중해 줬다. 가끔 태명을 부를 때에 옆에서 대답할 때도 있다.
2차 기형아 검사 다음날,
"통합기형아혈액검사결과 정상소견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야호!!
지난번 유산해서 기형아검사가 정상일 때, 태아보험을 들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 아이를 위해서 보험도 들 수 있게 되었다.
노산이어서 걱정했던 다운증후군의 위험은 패스했으나, 정밀초음파를 하면서 또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에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진행된 정밀초음파.
이제 정밀초음파까지 패스하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정밀초음파를 보는데, 손이 다섯 개인지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거래요."
"손이 다섯 개면 안 돼."
남편의 농담에 하하하 웃으면서 긴장을 풀었다.
병원에서는 정밀초음파는 예약시간을 꼭 지켜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전날에도 확인전화를 했다. 22주 3일, 정밀초음파를 보는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병원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유자민트티를 마시며 여유롭게 대기하다가 예약시간보다도 30분 더 일찍 방문했다.
정밀초음파는 담당의사 선생님이 아닌 영상의학과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의학적 용어가 있을 수 있어서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어요. 자세한 건 원장님께서 다 끝나고 또 설명해 주실 거예요." 베드에 눕자, 의사 선생님께서 따뜻하게 덥힌 젤을 배에 바르고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다. 머리와 뇌부터 확인하면서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다 세고, 심장의 혈류까지 꼼꼼하게 다 확인했다. 이제 거의 다 초음파가 끝나가는 것 같아서 급하게 여쭤봤다.
"저번에 아이가 아들이라고 했는데,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을까요?"
성별반전도 있다고 해서 확실히 성별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이용품이나 아이이름을 지을 때 성별을 미리 알면 아무래도 더 나을 테니까...
의사 선생님께서는 어떤 화면을 보여주시면서 고환이라고 하셨다.
'아들이 맞네.'
정밀초음파가 끝나고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아이는 몸무게도 주수에 맞고 다 정상이라고 하셨다. 22주가 되었는데 배가 많이는 안 나온 것 같아서 아이가 작은 편일 줄 알았는데 항상 주수에 맞는 몸무게라니 신기하다.
초산은 배가 잘 안 나온다고 한다. 이러다가 30주 넘어가면 훅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임신하기 전이나 큰 차이가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20주부터 배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는 안 나와서 초음파를 보면 신기하다. 아이가 배 속에 있다는 게 안 믿길 때도 있다. 그냥 배만 좀 나온 것 같은데 아이가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는 게 신비롭다.
모든 기형아 검사가 끝난 이후로 임신과정이 한결 수월해졌다. 마음이 편하니 몸도 편해진다. 입덧도 없고, 먹덧도 없고, 몸이 붓지도 않아서 배만 나올 뿐 임신 전과 컨디션은 거의 비슷하다.
남편을 꼭 닮은 아이로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렴.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완벽한 남자인 너희 아빠를 닮은 우리의 아들.
오늘도 아이는 건강히 자라고 있고,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고일 정도로 벅찬 감동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