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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pr 21. 2024

임신 25주차 임당검사

임신 25주차에는 임당검사가 있다.

이상하게도 유난히 요즘 단 게 자주 먹고 싶어 졌다.

지난주부터 아이스크림을 한 봉지 가득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어제는 커피 두 잔에 초콜릿을 계속해서 까먹었다.


임당검사 전날 저녁은 치킨을 포장해 와서 저녁에 배부르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7시 20분부터 금식이지만 너무 이른 아침을 먹기보다는 계속 금식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치킨이 마지막 만찬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한 컵 마시고, 금식을 했다.

8시 2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저번 진료 볼 때 받았던 포도당 시약을 들이켰다.

냉장고에 넣어놔서 시원해진 시약은 달짝지근해서 설탕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8시 40분쯤 병원에 도착하니, 대기실 불이 꺼져있었지만 진료데스크만 불이 켜져 있었다. 9시에 진료 시작하자마자 진료를 보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대기실에 앉아서 9시가 되자마자 접수 후, 혈압과 몸무게를 쟀다.


59.70kg?!!!

세상에나.

60kg에 가까워진 몸무게가 날 놀랍게 했다. 겨울이어서 옷을 껴입은 채로 체중계 위에 놀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무거워졌을 줄은 몰랐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채혈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9시 17분에 바로 들어가세요."

임당검사 시약을 복용하고 나서 1시간 후인 9시 20분에 바로 채혈을 해야 한다.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오전 9시 17분에 맞춰서 채혈실으로 들어갔다.

왼쪽 팔에서 피를 3통 뽑아낸다.

임신성당뇨, 철분, 비타민D 수치를 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초음파로 우리 아이를 보았다.

"태동이 활발하네요."

의사 선생님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움직이는 모습도, 귀엽게 닫힌 눈두덩이도, 날렵한 임매도 영락없는 남편이었다. 초음파로 아이를 보는 날에는 항상 벅찬 감동이 차오른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아이와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양수 양은 조금 많은 편이에요. 이런 경우는 임신성당뇨일 수가 있어요."

"제가 요즘 물을 많이 마시는데, 물을 좀 줄어야 할까요?"

"아니요. 물은 계속해서 많이 마시세요. 물은 상관없고, 과일이나 단 음식을 줄여야 해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먹었던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식단도 잘 관리해서 아이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신경 써야겠다.


"그래도 다 정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양수양도 아주 조금만 더 많을 뿐이에요. 임당검사 결과는 내일 문자로 갈 거예요."


진료를 마치고 받은 초음파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남편에게 전송했다. 남편 닮았다고 말하니까 남편은 코가 날 닮았다고 한다. 아이 몸무게는 860g이라고 했다. 작았던 아이가 쑥쑥 자라서 벌써 1kg에 가까워졌다니 대견하다. 꼬무락꼬무락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역시 남편을 닮았어.

우리의 아이는 남편을 닮은 귀여운 아들로 잘 자라고 있다.


다음날, 오전 내내 임당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점심이 넘어가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는 점심시간쯤 임당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되면서 "설마 내가 임당이어서 늦게 연락 주는 건가?"싶은 생각도 들어서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양수 양이 조금 많고, 아이의 배둘레가 1주일 정도 크다는 건 임당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터넷 글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임당검사가 정상이라는 문자가 왔다. 다만 약한 빈혈소견이 보인다고 했다. 임신준비를 하는 동안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영양제를 챙겨 먹은 게 억울하기라도 한지 막상 임신이 되고 나서는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는 않았었다.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챙겨줬는데 많이 남았다.


"소고기 많이 먹으니까 괜찮아."

"시금치 먹었으니까 안 먹어도 되겠지."

하면서 영양제를 걸렀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임당검사 결과를 남편한테 보내면서, 앞으로 철분제를 잘 먹어야겠다고 했다.

임당통과 기념으로 저녁은 남편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로 했다.


아이가 커지면서, 갈수록 음식이 들어가는 공간이 좁아지는 것 같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오는 것 같은 기분이 꽤나 좋다.

기다렸던 임신이기에 그저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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