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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2시간전

임신 38주 진입

임신 38주에 진입했다. 37주부터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나와도 되는 주수라고 한다. 아이의 머리가 골반에 끼어서 출산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아이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면 소화가 수월해져서 출산까지 과식에 주의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소화가 그렇게 잘 되진 않는다. 트림이 가끔 나온다. 분만 시 아이가 나오기 위해서 뼈가 잘 벌어지기 위해 나오는 릴렉신 호르몬이 잘 분비되고 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팔목이 시큰거렸다.


팔목과 골반 뼈가 벌어지는 것 같다.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누우려고 하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다. 배도 최대치로 나와서 몸을 숙이면 배가 아프기 때문에 바닥에 뭐가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 임산부의 배를 만져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똥배처럼 물렁거리지 않는다. 탱탱볼처럼 단단해서 몸을 숙여도 배가 접히지 않는다. 태동은 아직도 윗배에서 느껴진다. 아이가 너무 커지기 전에 이번주나 다음 주에 자연진통이 걸려서 나오면 좋을 텐데...


다음 진료는 38주 3일 차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언제를 주실 것 같다. 아이가 너무 크면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든지 아니면 아이가 내려오게 더 운동을 하라고 하든지, 아니면 의외로 자궁문이 이미 벌어져있을 수도 있다. ㅇ자기 전 약한 생리통 같은 증상이 있어서 빨리 출산할 것만 같았는데 그게 다지 단순한 막달증상에 불과하다면 분만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벌써 세상에 나와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초음파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봤는데 임신 초기의 태아는 너무 작고 사람 같지가 않았다. 요 몇 달간 얼마나 태아가 사람에 가까운 형체로 많이 자랐는지 놀랍다. 과거 사진을 봐서야 알았듯이 아이가 태어나도 자라나는 순간순간을 다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임신기간, 아이의 어린 시절 모두 다 내 인생에서는 황금처럼 아름다운 시절일 테니.


남편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아이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너무 소중하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몇 년간은 카페에 갈 자유도 없을 테니. 그래도 남편과 둘이 자유스럽게 밖에 있는 것보다도 아이와 함께 셋이 있으면 외출을 잘 못해도 더 행복할 것 같다.  


남편이 반차를 쓰고 함께 산부인과 정기검진에 가줬다. 오후에 가니 대기실이 제법 한가하다. 접수를 하고 몸무게와 혈압을 잰다. 혈압은 거의 정상범위 내로 나와서 걱정이 없는데, 몸무게는 은근히 잴 때마다 떨린다. '또 얼마나 쪘을까?' 임신 중기에 많이 먹어서 확 쪘기 때문에 임신 말기에 1-2kg 찌는 정도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임신 말기가 되니 아무래도 태아가 너무 커지면 자연분만이 힘들까 봐 내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괜찮아도 태아만 많이 안 찌길 바란다.


"OOO님 들어오세요."

남편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 이제 날 때가 다 돼가네요. 운동 많이 하셨어요?"

"조금 걷기는 했어요."

하필이면 3일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계획만큼 많이 걷지는 못 했다.


"내진 검사는 오늘 할까요? 다음 주에 할까요? 한번 내진 검사를 해봐야 되는데..."
내진이라면, 막달과 진통 중에 한다는 그 아프다고 악명난 그 검사잖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아프기는 싫어서 잠시 고민을 했다.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운동 많이 했으면 이번주에 하고 조금만 했으면 다음 주에 합시다. 자궁이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 보는 거예요."

남편은 내진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온 김에 하자"라고 말한다.


"해보실까요? "

"네."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매를 먼저 맞으러 들어간다.

탈의실에서 바지와 속옷을 벗고 핑크색 고무줄 치마로 갈아입는다.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곳에 앉아서 양다리를 벌린다.
"밑으로 쭉 내려오시고 엉덩이 들어보시고요. 한 번 더 내려올게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치골을 누르시며 아프지 않냐고 물으셨다.

"안 아픈 것 같아요."

아이가 아직 내려오지 않아서 아프지 않은 건가?

"긴장 풀어보세요. 좀 불편할 거예요. 힘 빼주세요."
최대한 몸에서 힘을 빼려고 숨을 내쉬면서 양 팔도 편안하게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자궁은 아직은 많이 열리지 않았어요. 한 0.5cm 미만 정도 되네요. 이제 골반 볼 거예요.
골반은 그렇게 나쁘진 않네요. 골반 괜찮고... 아기는 그렇게 많이 안 내려왔어요."

아이가 안 내려왔다! 아직도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했고, 아침에 엄마가 내 배를 보며 아직 안 내려왔다고 해서 짐작하긴 했지만 의사 선생님에게 직접 들으니 아주 조금 걱정된다. 다시 옷을 갈아입고 초음파를 본다.

"지난번에 되게 얼굴을 잘 보여줬는데 지금은 내 얼굴을 잘 안 보여주네요."

"한 3.1kg 정도 돼요."

3.1kg이라 다행이다. 엄청 크진 않았다. 지난주에 딸기를 4팩이나 먹어서 혹시 당때문에 아이가 훅 커지려나 했는데 아주 조금만 자랐다.

항상 양수량이 적당하거나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양수량이 조금씩 준다고 했다. 정말로 아이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다음 주 안에는 나오자 아가야.

"오늘 태동검사 하고 갈게요. 언제든지 진통이 있으면 오세요."

태동검사를 하는데 심박수도 150까지 올라가고 uc는 50까지도 올라갔다. 아무래도 지난주보다는 높은 수치였기 때문에 분만이 다가온다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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