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에필라 Jul 20. 2024

임신 35주차 막달검사

임신 29주차에 분만을 위해서 옮긴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대학병원에 있다 오셔서 그런지 나처럼 아무 이벤트 없는 산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


32주차에 검진을 하고 2~3주 뒤에 오라고 하셔서 35주차에 방문했다.

접수를 하고 대기를 하는데, 35주차여서 막달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방사선실로 가서 검사를 진행하면 돼요."


노란 종이를 들고 소아과 옆에 있는 방사선실 대기실에서 대기를 했다. 소아과와 붙어있어서 그런지 대기하는 사람들은 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이었다. 팔뚝만 한 작은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곧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더 작고 얼굴이 빨간 신생아들이 많이 보였다. 배냇저고리를 선물 받을 때만 해도, 옷이 너무 작아서 어떻게 입히나 했더니 태어난 지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되었을 신생아가 너무너무 작아 보였다.


"ooo님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속옷 벗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오세요."

엑스레이실에서 핑크색 가운을 입고 나왔다.

"아이를 보호해 주는 거니까 허리에 두르고 계세요."

납판을 엉덩이 쪽에 두르고 엑스레이를 먼저 찍었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엑스레이를 찍는 게 의아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이어 임산부를 잘 아는 산부인과니까 꼭 필요한 검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심전도 검사를 하러 들어갔다.

누워서 발목과 팔목 그리고 심장 쪽에 집게를 연결하고, 심전도를 쟀다.

"다 끝났습니다. 이제 채혈만 하시면 끝나요."

심전도검사는 체감상 1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집게를 빼 주는 직원 유니폼에 "방사선사"라고 적혀있어서 엑스레이를 찍고, 심전도검사를 한 직원이 간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옷을 다시 갈아입고 임상병리실에 들어가니 종이컵을 주면서 소변을 받아오라고 했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가서 소변이 잘 안 나올 것 같은데 어떡하지?'

걱정이 무색하게 화장실 변기에 앉자 소변이 바로 나왔다.

아이가 커지면서 방광을 누르는 건지 소변을 자주 싸게 된다.


소변을 받은 종이컵을 소변컵 놓는 자리에 놓고 피를 뽑았다. 많이 뽑을 줄 알고 긴장했는데 커다란 주사기로 한 통만 뽑았다. 검붉은 피를 보면서 이번에는 철분 수치가 잘 나오길 바랐다.


막달검사를 하고 바로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검사는 잘하고 왔어요? 이제 초음파 봅시다."

저번에 초음파를 볼 때 두 번 연속 아이가 손으로 얼굴을 가려서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입체초음파로 얼굴이 보였다. 고개를 살짝 내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남편이었다. 그렇게 남편 닮기를 바랐는데 남편의 표정이 그대로 보였다. 눈웃음 지으면 보이지 않는 눈동자, 탱탱한 귀여운 볼에 선명한 입술선은 남편이 특정 상황에서 짖는 표정 그대로였다.


아이는 2.7kg이고 머리 크기도 많이 크지 않다고 했다. 초음파를 본 후 질에 있는 균을 보기 위해서 채취를 한다고 했다.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아플까 봐 눈을 질끈 감았는데 바로 끝났다고 했다. 아프지도 않고 너무 빨리 끝났다. 시험관과 유산 때문에 질에 쇠 같은 것을 넣는 일을 겪다 보니, 이 정도로 간단한 검사는 감사하게 느껴졌다.


진료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질에 있는 균을 보는 검사를 하고 아이 머리가 크지 않다고 언급한 건 자연분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거 같다. 다음 진료는 37주 1일 차이다. 두리뭉실하게 2주 후에 오라고 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날짜를 콕 집어서 말씀하시니 이제 정말 출산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때까지 아이가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게 지금처럼 잘 자라서 걱정 안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분만을 기다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하니 살이 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