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동생과 나는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가고 앞서 가시던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시며
"얘들아! 어서 가자. 엄마 기다린다."
"들마당에 나온다고 말은 하고 나왔나?"
이렇게 물으시고 우리는
"말은 못 하고 그냥 동생하고 아마도 얘기하는 거 들었을 거예요."
그렇게 말을 끝내고 저녁 분위기가 좀 그래서 말을 못 했다는 말씀은 드릴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원래 화를 내시는 일은 없었다.
유독 나를 이뻐하시는 이유가 있다. 통지 표에 좋은 것만 받아오는 것도 기특해하시고
집에서 엄마는 농사일로 아버지는 사무실 일로 바쁘시지만 혼자서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내가 고추 터를 팔았다는 것이다. 나를 낳으시고 남동생을 낳았다.
아무리 딸이 좋아도 옛날에는 아들을 그렇게 원하던 때가 있었다.
근데 우리 엄마는 낳으면 딸, 또 낳으면 딸이었고,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아들 낳는 것이었고
아들 못 낳아서 할머니 시집보다는 큰엄마 시집을 살았다는 말씀을 하신 듯하다.
명절에 딸만 앞장 세워서 온다고 늘 말씀하셔서 기분 별로이셨다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아들을 낳으시려고 하셨지 싶다.
부모님은 사실, 형제가 많이 없으시고 아버지는 큰 아버지. 작은 큰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들만 셋 낳으셨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아들 둘, 딸 둘이셨는데 두 분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시고 외삼촌 한 분이 계시고 엄마다. 어떻게 보면 옛날인데 더 단출하다.
나는 언니들이 있고 나를 낳으시고 그다음 남동생을 낳았다.
엄마 말씀으로는 동생을 낳은 날 동네에서 잔치할 정도로 경사였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는 딸에게도 언제나 자상하셨고 누나도 여동생도 없어서 딸도 너무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아버지 뒤를 따라서 걸어가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부엌에 계셨고 언니는 아직도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 윗동네 큰 집에 갔던 언니와 둘째 남동생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고 아버지께 인사를
한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서 사탕 봉지를 꺼내는데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은 엄마는....,
"사탕 놔두고 밥 먹고 먹어라."라고 하신다.
'분명 큰 언니와 동생은 큰집에서 먹고 온 모양인데 그럼 방에 누워있는 언니에게 하는 말인데 엄마의 기분이 좀 풀리신 건가?'
'그렇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러시고는 상을 들고 마루에 아버지 옆으로 놓으신다.
아버지는 방에 누워있는 동생의 기분을 알아차리셨는지?
아님 엄마의 기분을 보고 느끼신 건지?
"누가 밥을 안 먹었나?"
하시면서 언니가 누워있는 방으로 가셔서 문을 여시 더니
"**야! 어서 밥 먹고 사탕 먹어라. 밥 안 먹으면 엄마가 사탕 안 준다고 한다."
라고 말씀하시자 언니는 못 이기는 척 한 번 만에 일어나서
미안한 마음인지 머리로 얼굴은 다 가리고 나오더니 밥상 앞에 앉는다.
엄마는 손을 잡고 수돗가로 가셔서 손을 씻기고 얼굴을 덮은 머리를 쓰다듬어 올려주신다.
이건 평소 남동생들에게 하시던 모습인데 엄마도 분명 기분이 풀리신 모양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둠은 내렸고 동생도 엄마도 그 어둠 속에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듯하다. 그렇게 밥상은 물리고
"사탕은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
"엄마가 몇 개씩 나눠줄게."
그렇게 우린 사탕을 배분받았다.
엄마는 다른 건 그냥 놔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라고 하시고 절대로 감추시지 않는다.
과일, 보리빵... 등등
"너희들 먹으려고 산 건데 먹고 없으면 안 먹음 되지."
"뭐 하러 내가 감추고 애달프게 하니?"
"먹고 싶을 때 실컷 먹어라."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사탕은 절대로 아니다.
모두 5개씩...., 근데 아마도 엄마는 남동생은 더 주지 싶다.
항상 엄마는 그랬다. 우리를 3개 주시면 동생은 5개를 주시고 언제나 동생은 숙제도 하지 않고 그 숙제를 나한테 해달라고 하고 항상 사탕 2개를 내 앞에 놓고
"이거 줄 테니 내 숙제해줘."
"누나가 잘하니 빨리하니 해줘."이렇게 사탕으로 숙제를 대신하는 녀석이었다.
난 그런 모습이 너무 싫었고 사실, 엄마도 계속 동생이 숙제를 못한다고 안된다고 징징거림
그걸 나보고 해주라고 하신다.
난 그게 너무 싫고 아들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아니 어떤 때는 동생 기분만 생각하고 내 기분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엄마가 싫을 때도 있다.
학교에 가면 동생 선생님은 또 "동생 숙제는 동생한테 하라고 해라."
이렇게 복도를 지나가시면서 말씀하시고 집에 가면 엄마는 해주라고 하시고
선생님은 해주지 말라고 하시고....
'정말 스트레스다.'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안 해주는 이유, 아니 못해주는 이유가 있데, 내 마음도 모르고 나한테 사탕을 내밀면서 미끼로 숙제해 달라고 하니 얼마나 미울까?
"싫어! 사탕 안 먹어. 숙제는 네가 해."
이렇게 말을 하면 엄마는 부엌에서 또 해주라고 하신다.
그게 엄마의 단점이다.
아들 말을 너무 들어주고 무조건 아들 편을 들어주는 거...,
'아! 정말 엄마는 숙제 안 하는 동생을 나무라야지.'
'왜 숙제 안 해주는 나를 나무라시고....'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될걸....,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엄마는 아빠보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나를 혼낸다. 숙제 안 해주는 이유가 혼날 이유도 아닌데....,
내 맘을 몰라주시고 언제나 동생만 이해하고 챙기시는 엄마가 때론 밉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라서
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속앓이를 해야 하던 때도 있었고 그때 내가 왜 숙제를 안 해주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시지 싶었다.
우리 선생님 하시던 분이 동생 선생님이 되고 보니 동생 공책에 글씨가 내 글씨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렇고 아마도 그렇지 않아도 아실 건 분명했다.
동생 글씨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이었고 절대로 반듯한 글씨는 아니었다.
그렇게 앉아서 사탕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언니가 방에 들어가서 나도 따라 들어간다.
"언니야! 사탕 맛있나?"
하고 묻는다. 좀 전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다.
"응! 근데 방금 들마당에 나갔나?"
"응! 동생하고 아버지 오시나 보러 갔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저녁 전에 엄마한테 혼났나? 왜?"라고 묻자 언니는
"내가 놀다가 들어와서 과자하고 껌이 먹고 싶은데 사달라고 하니까?
지금은 안되고 내일 사주신다고 저녁이나 먹자고 하셔서...."
"그랬나? 아버지가 언니 마음 알았는 가배. 그렇지?"
"몰라, 아버지는 원래 항상 과자를 잘 사 오시잖아."
언니는 이렇게 말을 한다.
엄마는 아버지 사 오실 줄 알고 언니한테 내일 사준다고 하셨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항상 퇴근길에 손에 뭘 들고 오신다.
과일, 음료수, 사탕 등등....,
그리고 엄마가 장날 이외에는 자주 읍내에 못 나가시니 언제나 버스를 타시기 전
전화를 하신다.
"반찬거리나 생선이나 육고기반찬거리 필요한 게 있냐고?"
그래서 엄마는 좀 편하신 것 같고 우리도 아버지가 사다 주시는 과일이나 음료수도 많이
먹는다. 일이 잘 되든 안되든.... 아버지는 항상 그런 모습이다.
오늘도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땅콩사탕의 달달함은 엄마의 기분과 언니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언니는 그렇게 땅콩사탕을 먹으면서 좀 전의 일은 다 잊었는지?
나에게 말을 했다.
"엄마는 싫어. 아버지는 사달라고 하면 다 사주시는데..."
"엄마는 맨날 안된다. 안된다. 도대체 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이렇게 말을 한다.
그러는 언니 앞에서 나는 또 엄마는 옥수수, 고구마, 감자, 밀빵, 부꾸미, 부추전, 호박전...
이렇게 많은 간식을 해서 계속 주시잖아. 광주리에 담아놓고 들일 가시고...
엄마는 그런 것들을 해주시고 아버지는 사다 주시고 그러시는데 엄마도
우릴 위해서 그러신 거라고 언니를 달랜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엄마는 언니도 싫어하고 나도 싫어하고
언니는 껌이나 과자를 안 사주셔서 싫어하고
나는 동생 숙제를 해주라고 하셔서 싫은 때가 있고 갑자기 엄마가
좀 안돼 보이고 엄마 말씀대로
'동생 숙제를 해줘야 하나?' 생각하면서 혼란스럽다.
그래도 숙제는 자신이 해야 한다. 남이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렇게 언니와 나는 땅콩사탕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고 계곡에 씻으러
갔다가 집에 가는 사람들 소리도 골목에서 맴돌고...,
그렇게 사탕을 먹고 언니는 양치도 하지 않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이 되면 엄마의 목소리는 아침부터 또 우리 집안을 가득 채우지 싶다.
"사탕을 먹었으면 양치를 하고 자야지?"
하시면서 또 아버지께
"이제 아이들 과자, 사탕 사다 주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아이들 이 다 썩어요."
그러실 분이다.
그 생각을 하니 일어나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서 수돗가로 가서 양치를 한다.
아마도 동생들은 잠들었는지? 자는 척 눈 감고 있는지?
기척도 없다. 그래도 나는 사탕 사다 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또 내일 아버지의 얼굴을 더 세워드리기 위해서 혼자라도 양치는 하고 있다.
그렇게 까만 밤은 깊어만 가고 치약의 거품 같은 하얗고 밝은 아침을 위해서 밤은
소리 없이 침묵하고 있다.
*글이 급하게 마무리되다 보니 좀 많이 어색하고 서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 다시 제대로 좀 써보겠습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고 독서가 부족하다 보니 늘 부족함이 너무 보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