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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hine Dec 18. 2022

14. 사냥의 시간

고양이에게는 본능이 있다. 모든 동물이 그러하겠지만,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은 고양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본능을 최대한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고양이에게는 별도의 배변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고양이가 모래나 흙에 배변활동을 한 뒤, 주변의 모래나 흙으로 자신의 흔적을 덮는 것을 보장해주기 위해 모래를 담은 화장실을 구비해 거기에 둘 뿐이다. 그럼 고양이는 마치 거기가 자신의 화장실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흔적을 덮는다.

또 하나의 본능은 그루밍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직접 자신의 혀로 닦는 습관을 가진 동물이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고양이 알레르기는 고양이의 침에서 형성되는데,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약을 먹을지언정, 고양이의 그루밍을 막지 않는다. 이것 역시 고양이의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에게는 이 본능이 많이 충족되지 못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넥카라를 착용한 탓에,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넥카라를 착용했을 때, 어떻게든 그루밍을 하고 싶어 몸부림치던 구슬이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했지만.

그 이외에도 높은 곳에 올라가고자 하는 본능, 숨어있고 싶어 하는 본능 등 고양이에게는 많은 본능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집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본능들을 캣타워, 숨숨집 등을 통해 최대한 충족시켜주며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면에서 고양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집에서 함께하는 고양이가 충족하기 힘든 본능 중 하나가 바로 사냥 본능이다. 본래 육식동물이고, 훌륭한 사냥꾼인 고양이는 집에서 별다르게 사냥할 작은 동물이 없다. 그래서 항상 사냥에 굶주려 있다. 거기다가 뛰어다닐 공간도 생각보다 충분치 않으니, 어쩌면 우리 인간은 고양이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는 대가로, 하나의 본능을 빼앗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 본능을 조금이라도 충족해주기 위해 사냥놀이 등의 활동을 한다. 작은 물체를 고양이에게 흔들면, 고양이게 그 물체를 보며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다가 달려드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맹수를 보는 듯 날카롭다.

구슬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뒤, 나는 온라인을 통해 사냥놀이 몇 가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너무 어렸던 구슬이는 사냥놀이 장난감을 오히려 무서워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눈도 아프고, 기력도 없었으니 아마 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 며칠은 움직이는 사냥놀이 장난감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땅에 떨어진 사냥놀이 장난감만 가지고 마치 자신이 수확한 것인 양 그것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바로 넥카라를 착용한 구슬이는 다시 활동성이 떨어졌고, 사냥이라는 항목에 있어서는 과연 구슬이가 고양이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사냥에 관심이 없었다. 주는 먹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먹으면서도, 사냥은 하지 않는 동물원 우리의 사자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는 곧 자신이 엄연히 고양이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사냥에 대한 본능을 드러내게 되었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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