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Jbenitora Mar 24. 2024

아이들과의 밀양여행의 원픽은 바로 이곳

꽃보다 아이 시즌2 밀양 편 2/2

아이들과 노는 것이 힘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최대한 상냥하게 대하리라 다짐도 했었다. 첫째 날 현지에서 식당을 정하고 숙소를 정하면서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살펴야 했다. 못하게 한 것도 있고 더 놀고 싶다고 해도 우기고 달래서 계획에 맞추기도 했다.


숙소에 와서 긴장한 것들이 풀리자 새벽에 한번 깨는 일 없이 실컷 자고 일어났다. 매일 새벽마다 한두 번씩 깨는 것이 일상인데 이렇게 꿀잠을 자고 일어난 것은 오랜만이었다.

아이들과 가방에 남아있던 음료와 삼각김밥으로 아침밥을 먹고 욕조목욕을 함께 했다. 깨끗해진 아이들과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시골의 정겨운 아침 풍경에 이질감이 있던 어제 그 불빛 가득한 카페에 들렀다. 어젯밤 자기 전에 아이들 엄마와 통화하면서 여기를 언급했다. '달O아'라는 이 카페는 삼랑진 카페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곳이었다. 빵순이 엄마를 위한 빵을 사면서 아이스크림도 같이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은 소금빵과 잘 어울렸고 잠시 후 아이들 입가는 마치 안 씻고 나온 것처럼 끈적였다. 남은 빵 몇 개는 포장을 해서 나오며 10% 할인을 받았다.


카페를 나와 삼랑진 읍내에 들어섰다. 이곳의 밀양도서관을 구경했다. 명색이 밀양을 대표하는 이름을 가졌지만 시립도서관과 규모 차이가 많이 났다. 밀양이 시골도시라지만 인구 10만인데 삼랑진은 6천 명 정도 사는 곳이니 인구로 보면 그럴만했다.


밀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난밤에 캄캄해서 몰랐던 주변풍경이 들어왔다. 어젯밤 달집 태우기를 하던 고수부지를 지났다. 하늘을 뒤덮던 불꽃은 하룻밤새 언제 그랬냐는 듯 치워져 있고 일요일 오전의 차분함만 남아있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해서 밀양 아리랑 대공원으로 갔다. 마침 밀양아리랑 마라톤을 하는 날이라 시내를 통과하는 구간에서 교통통제로 잠시 발이 묶였다.


아이들이 지루해할 때쯤 대공원에 도착했다. 그네와 미끄럼을 실컷 타고 놀았더니 둘째의 기저귀가 걱정되었다. 체크하기 위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오줌을 빵빵하게 머금은 기저귀를 갈고 나니 어제처럼 아이들은 도서관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들이 몇 번을 오고 가는 동안 머물며 한참을 놀았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배가 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도서관을 나왔다. 걸어가면 될 거리의 분식점에 들렀다. 국수, 돈가스, 김밥 등 몇 개 안 시켰는데 어제저녁 한식 뷔페에 버금가는 돈이 나왔다. 외식물가가 참 많이 올랐다는 것이 느껴졌다.


낮잠 잘 시간을 넘긴 둘째가 차에 타자마자 쓰러지고 말 많던 첫째도 고속도로를 탈 때쯤 말이 없더니 잠에 빠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5시였다.


볼 것이 많은 밀양에서 이틀간 우리가 간 곳은 놀이터 두 곳, 도서관 두 곳, 식당 두 곳, 영남루가 전부였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마음껏 놀았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밀양시립도서관 어린이실이었다. 이유는 다양한 나이대의 어린이들이 같이 책을 보고 미끄럼을 타며 놀 수 있어서였다. 화려한 볼거리, 다양한 놀거리가 아니라 같이 노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제일이었다. 여행은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보다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