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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Feb 01. 2021

요거트 귀신

2021.01.31  [달빛 작가]

모두가 잠든 으슥한 새벽,

살금살금 들키지 않게

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계획대로 그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의 반짝이는 시선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이미 늦어버렸다.


요거트귀신은 바로 옆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다.

 

내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킁킁,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내가 먹어본 ‘그것’의 냄새야. 얼른 따라가 봐야지. 역시 냉장고를 열었던 이유가 이거였어! 내 직감은 틀리는 법이 없지. 미리 거실에 나와보길 잘했어."


"자, 이제 어떡하면 저걸 맛볼 수 있지?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데 들켜선 안돼. 관심 없는 척하다가 다가가야지. 내 청량한 엔진 소리로 시동을 걸어보자. (그르릉 그르릉) 벌써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봐주고 있군.”

“이때를 놓쳐선 안돼! 좀 더 가까이 다가와줘. 그렇지! 얼굴 뽀뽀도 해줬는데, 이래도 안 줄 거야? 내가 이렇게 이쁘게 쳐다보고 있는데? 머리만 만지지 말고 네가 먹고 있는 그것을 달란 말이야. 화딱지 나기 전에!"


"나를 위하는 척하지 마. 먹어도 내가 살찌지 네가 살찌는 게 아니잖아? 제발.. 나의 간절한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낼름낼름) 더 안 줘? 이게 끝이야? 내 위가 얼마나 큰지 알아?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르릉) 아직 있네, 좀만 더 주라. 혼자 다 먹네? 에라 진짜 맛만 보게 해 주네. 

나쁜 자식, 내가 또 오나 봐라.”




그래, 귀신아 그만 좀 따라와.

내 플레인요거트 탐내지 말라고!

요 딱지 녀석, 애교로 얻어낸

요거트가 그리 달달하더냐.


넘어가 주는 내가 밉고,

나를 구슬리는 네가 밉다.

나중에 꼭 사람으로

태어나 실컷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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