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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28. 2024

046. 여행지도

어떤 장소 어떤 기억 어떤 마음

어영부영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


여행지도를 다운로드하였다. 우리나라 지도인데 각 도시마다 가본 곳을 색칠하는 것이다. 매일 글도 써야 하고 매일 필사도 해야 하고 매일 책도 읽어야 한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닌데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누구 탓도 할 수 없지만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다가 여행지도가 갑자기 떠올랐다. 정말 갑자기! 그래서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색칠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을 다녔다. 충청도와 전라도 중심으로 다녔는데 의외로 여긴 왜 안 갔지 싶은 곳이 있었고 가고 싶은데 멀어서 못 간 곳도 있었다.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좀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가 다 귀찮기도 하고 글쓰기가 숙제처럼 느껴져서 이것저것 딴짓을 하다가 여행지도에게 대해서 써본다.


지도에 색칠이 많아진 것은 3년 전 일이 힘들어지고 마음도 힘들어지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대전근교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좋아서 여러 번 갔던 곳은 남해다. 바다와 숲이 있는 남해를 참 많이도 갔다. 남해는 나에게 그리운 곳이자 행복했던 곳이자 마음 한구석이 아린 곳이다. 남해는 내가 사랑하는 곳이자 나를 슬프게도 하는 곳이다.

몇 년째 꽃구경을 갔던 곳은 서산과 당진이다. 언니들과 함께 갔고 혼자서도 갔고 아는 지인과도 갔다. 갈 때마다 좋았고 갈 때마다 예뻤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은 강릉이다. 강릉의 밤바다와 새벽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 강릉의 안반데기의 별을 다시 보고 싶다. 강릉에서 다시 감자탕을 먹고 싶다. 못 가본 동네서점도 가고 싶다.

다시 가서 쓸쓸했던 곳은 울진이다. 울진의 아름다운 바다를 홀로 보면서 쓸쓸했다. 아름답지만 쓸쓸했던 그 바다가 생각난다.

 갈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었던 곳은 목포다. 여럿이 갔을 때 즐거웠고 혼자 갔을 땐 죽고 싶었으며 둘이 갔을 때 행복했다.

살고 싶은 곳은 제주다. 제주는 수학여행과 가족여행으로 가봤는데 오롯이 즐기지는 못했다. 제주의 사계절을 두 눈에 가득 담고 싶다.


여행에 대한 글은 좀 더 정성스럽게 쓰고 싶었으나 어영부영 이렇게 쓰고 만다. 그리운 장소들을 떠올리면 슬퍼지기 때문에 가볍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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