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이야기를 다섯 이서 나누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덕질이었다.
덕력이 가장 약함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난 '마흔의 덕질'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원해준 친구들이 무색하게도, 막상 쓰려니 부끄러움이 끝없는 것이다.
것도 그럴 것이 응칠 세대인 내 주변에는 깊은 덕력의 친구들이 나의 역사 안에 가득했고,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덕심은 내가 따라갈 수 없었으니 말이다. 몇 달치 밥 값을 아껴 고가의 운동화를 선물하고, 각종 공개 방송과 콘서트에 가려고 밤새 줄을 서고, 야자시간에 어떻게든 라디오를 듣기 위해 유선 이어폰을 교복 소매에 숨기고, 각종 신문 , 방송 매체 인터뷰에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던 내 친구들.(잘살고 있지?)
그러니 이런 친구들 옆에서의 나의 덕질이란, 마치 뜨겁게 타올라본 적 있는 연탄불들 옆에서 팔각 성냥갑 속 성냥을 깨작깨작 꺼내 껐다 켰다를 쉴 새 없이 반복한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도 생각해보면 조금 아재 감성이 가득했던 10대를 지나, 캔디처럼 몸을 갈아 열심히만 살았던 20대, 마음 좀 먹는지도 모르고 일하다 번아웃에 이르렀던 30대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건, 소소한 덕질들이었다.
나의 취향이나 취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엄청나게 트렌드를 탔던 나의 작은 덕질들.
딱 40이 된 올해의 덕질은 운동이라고 하고 싶긴 한데, 스트레칭만 시작하면 올라타서 매달리는 작은 사람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비루한 몸과 거대한 장꾸력 앞에서 작아지는 의지여...
초콜릿 상자 속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먹듯 마흔 일지를 통해서 잊고 살았던 내 덕질들이 달콤하게 꺼내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