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ecchiete con cimi di rapa
길 위로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고구마 맛이 더욱 달콤해지면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이 느껴진다. 길거리 나무들도 거의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 옷을 휘둘러 입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게 정말 좋기는 한데, 가을이 벌써 끝나간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쌀쌀한 날씨에는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어줘야 속이 따뜻해진다. 고구마, 브로콜리, 그리고 cimi di rapa. 흠, 이 cimi di rapa는 밀라노에 오고 나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cime'는 'top' 즉, 무의 잎을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청'이다. 주로 이탈리아의 남쪽, Calabaria, Puglia에서 주로 수확한다. 요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거칠고 두꺼운 잎을 떼어내고 밑동을 잘라내고 난 후 삶거나 살짝 데친다. 요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삶으면 달큼해지고 데치면 쌉쌀한 맛이 돈다. Puglia 지역의 전통적인 요리는 이 지역의 must 파스타인 오르끼에떼와 무청을 함께 요리한 Orecchiete con cime di Rapa이다.
오르끼에테는 수제로 만든 생 파스타로 Puglia 지역의 심벌과 같다. 귀(Orecchio)를 닮은 모양 때문에 Orecchiete라는 이름을 얻었다. Puglia에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이 파스타를 부르는데 "recchie or recchietelle"라고 하기도 하고 작은 사이즈는 "chianchiarelle" , 큰 사이즈는 "pociacche"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납작한 모양은 "strascinate"라고 부른다.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는데 작게 납작하게 자른 파스타를 엄지손가락으로 쭉 눌러서 동그랗게 말듯이 만든다.
우리도 저녁으로 오르끼에떼 콘 치메 디 라빠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무청도 준비되었고, 오르끼에떼도 집에 있고. 먼저 소프리또를 준비한다.
크리스티나가 요리하는 거라 아주 큰 팬이 준비됐다. 오늘은 양파 소프리또가 아닌 마늘 소프리또.
큼직하게 자른 마늘 두 톨을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올리고 볶아준다. 옆에는 오르끼에떼 파스타가 끓고 있다. 물이 끓으면 굵은소금을 두 스푼 넣고 오르끼에떼를 넣는다. 마늘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마늘향이 나면 빵가루를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넣어서 잘 섞어준다.
오르끼에떼는 보통 15분 정도 삶는데 한 10분 정도 삶아지면 오르끼에떼 삶는 냄비 속에 손질해 놓은 무청을 마구마구 넣어준다. 삶고 나면 무청이 아주 쑥 쪼그라들기 때문에 내키는 대로 듬뿍 아주 듬뿍 넣어준다. 한 오분 정도 삶으면 온 부엌에 무청 삶는 구수한 냄새가 가득 찬다.
오르끼에떼까지 전부 익으면 물을 빼고 만들어놓은 소프리또위에 부은 후에 잘 섞는다.
드디어 완성된 오르끼에떼 콘 치메 디 라빠.
구수한 삶은 무청과 쫄깃한 오르끼에떼의 완벽한 조합. 정말 겨울이 왔다.
Boun Appet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