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도달할 거야.
연중 절반 이상이 겨울이기에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어두워지는 캐나다 작은 마을 속 이브와의 술자리는 지난날들의 추억들을 회상하게 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환경이었습니다. 오두막과도 같은 나무집에서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브의 집을 주말 밤마다 찾아가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곤 했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더 질 곳조차 없을 늙은 노인이었지만 그가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듣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충고나 조언의 형태가 아닌 마치 스스로에게 그 말들을 건네듯 회상에 잠기는 말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지금 그의 나이가 지금 하는 말들이 믿어도 되는 말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브에게 혼잣말하듯 술기운에 작은 고민을 털어두었습니다. 분명 다음 주도 주말이 어김없이 찾아올 텐데 저는 마치 이번 주 주말이 내 생의 마지막 주말인 것처럼 살아간다,라고 말입니다. 모처럼 주말에 늦잠을 자버려 오후 햇볕에 빨래를 널지 못하는 토요일이면 빨래가 이제 곧 썩어버릴 것처럼 크게 한탄하며 큰일 난 표정을 짓게 된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오늘 이걸 다 해야 해, 이번 주에 이걸 다 해야 해. 내일로 다음 주로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어, 라며 말입니다. 이렇듯 매사에 조급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엇을 시작하면 금방 결과물이 눈에 보여야 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이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예전 필립이라는 친구 집에 가려고 집을 나선 적이 있단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아마 저녁 7시였던가 그랬을 거야. 그 친구 집이 꽤 멀기 때문에 4시쯤 집을 나섰단다. 그리고 그 친구 집 가는 길이 꽤 재밌었어. 풍경도 좋을뿐더러 길가엔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있어서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단다. 그래서 2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큰 마음먹고 걸어가기로 했지. 주변을 구경하며 한참을 걷다가 저 멀리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어. 그때 당시 야구 코치를 하고 있었기에 안 가볼 수가 없었지. 아마추어 구단이었던 걸로 기억한단다. 잠시 구경만 하려고 갔다가 우연찮게 몇몇 선수 및 코치들과 대화로 까지 이어졌단다. 나도 코치라고 소개를 하니 모두들 관심을 가지며 대화가 시작된 거지. 야구로 시작한 대화가 한참 이어졌고 순간 나는 날이 금세 어두워진 걸 깨닫고 급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갔단다. 마음이 급해서 지름길을 찾으려고 가다 보니 길을 잃게 된 거야. 분명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으로 이어져있었던 거지.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7시가 되어버린 거야. 다시 야구장 쪽으로 돌아가 원래 알던 길로 계속 걸어갔단다. 우여곡절 끝에 필립의 집에 도착했지만 시간은 이미 9시가 다 되어있었어. 어찌나 미안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던지.
그런데 필립이 이런 말을 내게 해주었단다. 고생했겠네, 왔으면 된 거지,라고 말이야.
그때 나도 필립의 집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길을 잃기도 해 보고 흥미가 가는 것을 찾아 잠시 그쪽으로 향하기도 해 보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결국 약속에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결국엔 필립을 만난거지. 내가 어디로 갈지 마음에 분명히 있다면 결국 거기엔 도착하게 되었더구나. 바로 도착하든 한참을 돌아서가든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와의 관계가 되었든 어떤 일이든 분명 너도 네가 원하는 것을 마음에 계속 담고 가다 보면 결국엔 도착하지 않을까 싶구나. 너는 단지 새로운 길 앞에서 잠시 방황하고 있는 것뿐인 거지.
나도 필립의 집을 가기 위해 집에서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단다. 그렇지만 결국 늦어버렸지. 일찍 나왔다고 꼭 일찍 도착하는 것은 아니었던 거야. 네가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은 결국 너를 도착하게 해 줄 거란다. 그러니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거든 너 자신에게 이렇게 얘기를 해주렴. 괜찮다. 결국 가게 돼있어,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