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해결될 수 있어
여러 국회의원 및 장관들이 참석하시는 포럼에서 노트 바인더와 함께 포럼을 들으며 내용들을 필기할 수 있도록 노트 메모지도 함께 제공되는 것이 기존의 제안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이 참석하시는 만큼 컨펌되는 과정도 많고 복잡할 뿐 아니라 여러 컨펌을 거쳤기에 올라간 사안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포럼 시작 4시간 전 바인더는 준비되었지만, 노트패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30분, 30분만 더 기다려보자, 라는 마음으로 1시간 같은 1분들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끝내 30분을 다 기다리지 못하고 20분쯤 지났을 무렵, 바인더 제작 업체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바인더는 받았는데 노트패드가 도착하지 않아 전화드렸다며 용건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답변이 오기까지의 짧은 정적 동안 제발 늦어도 되니까 올 수 있다고만 해주세요, 라는 간절한 기도를 마음에서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절망 적이었습니다.
"고객님, 노트패드는 상품 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본 바인더 제품에 노트패드는 동봉되어있지 않습니다. 노트는 따로 구매해주셔야 합니다."
이미 내 파트뿐 아니라 다른 여러 파트에서도 잔 실수들이 많이 나와 소란스러운 눈앞의 현장, 사건들을 수습해보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다른 파트들의 실수를 파악해보려 머리를 움켜잡으시는 행사의 총담당자이신 나의 상사. 이제 저 전쟁터에 저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왜? 급한 걸까? 내가 지금 좀 바쁘거든. 급한 게 아니면 나중에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급한 건입니다."
급한 건이라는 나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상사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오늘 제공되는 바인더에 노트패드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라는 말을 건넸고 그래 무슨 욕이 날아와도 내가 잘못한 거다. 두 번 확인하고 세 번 확인해야 했다, 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응, 그리고 또?" 상사가 대답했습니다.
"네? 그게 전부입니다." 조금은 의외인 답변에 당황한 채 저도 대답했습니다.
"난 또 급하다길래 정말 급한 건 줄 알았네. 물론 당황스럽겠지만 지금 다른 일들에 비하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야. 물론 위에는 노트가 제공된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그걸 반드시 지켜드리긴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어쩔 수 없지. 노트 대신 바인더에 넣을 다른 내용물을 프린트해보자. 노트 대신 그걸로 대체되었다고 하면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차분하게 상사가 답했습니다.
결국 포럼에서 다루어질 내용들을 프린트물로 만들어 바인더 안에 넣음으로 제 파트는 그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렇게 조급한 상황에서 실수가 나왔고 자책을 하며 기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방안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결국 바로잡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 업무를 하면서 여러 어려움과 틀어짐과 실수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차분하게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떠올리고자 한다면 충분히 지금의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은 언제든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 사건이 있고나서 그래 무엇이든 해결하고자 한다면 해결책은 떠올릴 수 있어, 라는 태도로 관계와 마음과 일을 대해왔습니다. 물론 걱정, 짜증, 답답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찾아오는 것까지 막아볼 수는 없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 나아가고자 한다면 나아가겠노라 라는 마음과 함께 충분히 앞으로 전진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어려움 속에서 그 감정 안에 갇혀 나아가기 어려운 마음이 지금 찾아왔다면, 내가 이 늪에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첫 단추는 무엇이며 내가 바라는 목적은 애초에 뭐였는지를 다시 떠올리며 느린 속도일지라도 끊임없이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