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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28. 2021

MZ세대의 취향존중

30대는 핑크랑 쭈쭈바 좋아하면 안 되나요?

 29살이 되던 해,  핑크색 빵빵덕 인형을 주문했을 때도, 30살에 접어든 겨울에 한창 포켓몬을 잡으러 다녔을 때도, 엄마는 한결같이 나를 걱정해주셨다.


“네 나이에 아직도 그런 거 하는 사람 있니?”


그 당시에는 애써 나의 취향을 설명해보려고, 주변 지인 몇 명을 예시로 들어가면서 까지 내 취향의 평범함을 증명해 보이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개인적인 취향까지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이해받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설령 내 취향이 엄청 유니크하고 보기 드문 것이라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그걸 해서 행복한 거면 되는 거 아닌가?


아침 출근 길의 든든한 동행자들



3n살이 된 지금도 난 핑크색 물건들이 많고, 한여름에 이마가 띵~해질 정도로 차가운 쭈쭈바를 좋아하고 포켓몬 캐릭터 이름을 잘 알고 잇다. 여전히 아기자기한 문구류에 욕심이 나고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폰케이스를 검색하기도 한다.



근데, 그래서 그게 뭐?


나의 취향을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 난 이러이러해서 이걸 하는 게 좋은 거야.”라고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건가? 애초에 ‘취향의 이유’라는 게 존재하긴 할까?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은 지극히 평범하고 매력적인 거라 여기면서 상대방의 취향에는 이해를 못하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게 좋은데 상대방은 저게 좋은, 그래서 각자가 자기만의 무언가에 심하여 만들어가는 각자만의 기가 ‘취향’이 아닐까.



몇 년 전 태국에 갔을 때였다. 친구랑 나는 둘이서 후덥지근한 카오산 거리 한복판의 식당으로 들어가 헐레벌떡 팟타이를 주문했다. 옆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우리를 물끄러미 보더니 “한국분이세요?”라고 묻고,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짧게 해 주었다. 그분은 이번이 벌써 태국으로의 10번째 여행이라 하였다. 그때는 ‘가 볼 나라가 엄청 많을 텐데 그중 왜 태국만 10번이나 오시지?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그것 또한 그분의 여행 취향이었던 것이다.


난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핑크를 좋아하고 쭈쭈바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포켓몬 이름을 까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든다고 취향까지 늙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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