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햇살 May 08. 2021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 할 거라면서?

엄마의 숙제를 해결해주려는 착한 K-딸들

하루를 떠나보내기 싫은 나른한 저녁, 괜스레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울적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나 오늘 집 나갈 수도 있어.”

“왜?”

“인생 일대의 반항을 해보려고”


친구 엄마는 결혼정보업체에 친구의 동의도 없이 번호를 넘겼다. 결혼정보업체는 교사인 친구 프로필을 받고 미끼상품이라도 문 냥 성사될 때까지 소개팅을 주선하겠다고 호들갑을 떤다. 스펙이 탄탄한 남자와의 결혼만이 행복한 길이라는 친구 엄마의 말은 언제나 요지부동이었다. 항상 착한 딸, 씩씩한 직장인으로 잘 살아왔던 친구지만, 70년의 남은 인생을 결정지을 ‘결혼’이라는 제도에서만큼은 속수무책으로 다정하고도 무례한 엄마에 의해 강압적으로 끌려가는 중이다.


5060 세대들은 왜 그렇게 자식에게 결혼을 강요할까.

그들이 살던 삶이 행복한 삶이었다는 걸 스스로에게 납득하고 싶은 마음일까. 그네들 인생 곳곳에 상처와 주름살이 박혀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그래도 나는 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았다’라고 주문을 걸다 그 주문에 자기가 빠져버린 걸까. 사회가 씌워둔 ‘행복의 프레임’에 세뇌되어 그것이 맞다고 앵무새처럼 전달하는 걸까. 자녀가 결혼하지 않는 이상 아직도 자기들에게 양육권(다 컸지만 미혼이기에 어른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한 부담감 때문일까. 결혼만 하면 무조건적인 행복이 보장된다고 순진한 착각이라도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남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보편적인 길에 같이 합류하게 하여 자녀들로 하여금 ‘특이한, 평범하지 않는’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게 안전 보호막을 씌우기 위한 것일까. 그들은 그토록 자녀의 결혼을 외치면서도 ‘너희 아빠 때문에 힘들었었다’며 자신의 지난날의 희생과 고통을 호소하며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그네들이 겪어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될까 두려워한다.


왜 성인인 자녀의 자발적인 선택이 부모에게 반기를 들어야만 쟁취할 수 있는 ‘인생 일대의 반항’이 되어버린 걸까.

성인이 된 후의 우리네들의 삶은 선택도 우리의 몫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우리의 몫이다. 낭떠러지에 내몰듯이 ‘결혼’이 아니면 실패한 자, 부족한 자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지속해서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혼을 선택하는 삶이 불행하다는 뜻이 아니다. 결혼하는 삶이든, 결혼하지 않는 삶이든, 다른 형태의 기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선택지 중 어느 걸 고를지는 나 자신의 몫이지 부모의 몫이 아니다. 부모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조차 불필요하고 숨 막히는 장치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묵직한 돌, 그리고 빈 공간

 그 날 그 친구와 2시간가량의 통화를 했다.

“너희 엄마는 꼭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하셔?”

“늙으면 부모님 안 계시니까 혼자 남겨진다고,,,”

반쯤은 자포자기한 듯한 친구가 힘없이 대답했다.


 지금의 2030 세대 중 많은 이들은 자기 계발, 취미생활, 자아성찰, 심신 휴식 등으로 나를 돌아보고 즐기며 보낼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을 ‘짝꿍 찾기 챌린지’에 쏟아붓느라 여념이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짝꿍을 찾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눈이 높진 않았나 반성하고 기준을 낮게 재설정해본다. 조급함에 이끌려 성에 차지 않은 상대가 신랑감으로는 제격이라며 자기 위안해본다. 이런 과정으로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가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조차 망각한 채 헛발길질해댄다. 하지만 그 전에 ‘짝꿍 찾기 챌린지’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그 꿈이 부모에 의해, 사회에 의해 은연중에 세뇌된 ‘숙제’ 같은 꿈인지 스스로가 생각한 꿈인지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측가능한 상대를 만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