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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06. 2021

예측가능한 상대를 만난다는 것

더 이상 나쁜 남자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

 오늘 오랜만에 만난 16년 지기 친구에게 어떤 이성이 좋냐고 물어봤다.

난 예측 가능한 사람이 좋아

 그간 항상 외모를 제일 먼저 본다고 장난처럼 말했었던 그 친구의 말 한마디에는 그동안의 아픔, 헛헛함, 깨달음이 모두 묻어 나왔다. 예측 가능한 사람,,, 친구가 그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너무도 사무치게 저 의미가 와 닿는다. 통통 튀는 개성 강한 사람, ‘나쁜 남자’에 열광하던 20대들은 어째서 나이가 들며 ‘예측 가능한 사람’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바쁜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현실의 고됨 탓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다독이고 자신을 보살피기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런데 연인의 들쑥날쑥한 기분까지 맞춰야 한다면 사랑이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 지속되더라도 그 과정에 쏟아부어야 하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상대는 상대방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잔잔한 호수에 돌덩이를 불시에 툭툭 무책임하게 던져버린다. 잔잔한 흔들림에 그치지 않고 쓰나미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연인관계가 아닌 배우자라면 더더욱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따스한 햇살이 드는 오후



둘의 관계를 갑과 을의 주도권 관계로 가르며 우위 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평소 습관이나 행동에서도 이기적임, 극단적 나르시시즘, 선택적 분노조절장애, 가스 라이팅 등을 통해 묘하게 감정선으로 장난질을 치며 상대를 옥죄어온다. 똑똑한 사람, 자존감 높은 사람들도 이런 교묘한 심리전에 휘둘리며 자신도 모르게 상대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힘든 상대에게 맞춰주는 버거움의 정도를 사랑의 크기로 착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은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연애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쏟아야 한다면, 지금이라도 관계의 시소를 시소 밖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좋다.

예측 가능한 연애가 좋아

예측 가능한 상대는 예측 이상의 행복감을 준다. 예측 불가능한 상대는 예측 불가능했던 불행을 선물해준다.

상대가 나의 예측 반경에 놓여 있길, 그래서 관계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소중해지길, 그리고 그것이 은은하게 오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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