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너울입니다.
꾸준히 브런치 연재를 하려고 했지만 근 몇 달간 글 한 편 올리지 못했지요.
한동안 다른 글을 쓰고 다른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들어와서 제 브런치 통계를 보곤 했는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특히 첫 편부터 가장 최근에 올린 글까지 쭉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렇게 고맙고 힘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글을 올린 지가 벌써 한참 전이니 미안하기도 했고요. 얼른 다음편을 써서 올려야지, 7월에는 꼭 새 글을 올려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어느덧 7월 말일에 가까워져 버렸습니다.
<우울증과 음악 오딧세이> 매거진은 제가 우울증이 극심했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글이었습니다.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때 벌어진 일들을 제 나름으로 정리해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기 제가 도움받았던 책이나 노래 가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 경험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채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의 경험이 많이 공유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울증이 깊어질 때까지 본인의 상태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제 자신도 그랬고요. 아직도 우울증 완치라고 하기엔
불완전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예전보다 회복력이 늘고 나니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우울증 증상과 치유 과정이 대강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알았더라면 내 모습을 직시하는 걸 그렇게 오랫동안 두려워하진 않았을 텐데, 하고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은 우울증에 대한 수기들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 제 것과 똑같은 증상을 보기도 하고, 제가 자책하고 버거워 하던 감정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우울증에 빠진 상태에서, 어떠한 상황 아래 놓이면 불안이나 분노, 슬픔과 죄책감을 극심하게 느끼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 조금씩 숨이 트였습니다.
제가 부정하고 싶었던 병약한 마음이나 사고 과정마저도 우울증의 보편적인 진행과정임을 알고 나니 희망이 보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다 죽어야 되나 보다, 하고 한 군데로 쏠려 있던 생각이 다른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나을 수 있고 바뀔 수 있다고요. 저는 점점 제가 가야 할 치유의 길을 먼저 겪은 분들의 글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주제로 한 여러 글이 있지만 자기에게 잘 맞는 글, 경험과 상황 그리고 감정이 유사한 글이 자신과 잘 맞는 채널이 아닐까 합니다. 2021년이 된 지금에도, 그런 채널은 더 늘어나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도 쌓이고 있는 수많은 글들, 그 정성스럽고 좋은 채널들 위에 저 또한 제 경험을 녹여 하나를 더 얹고 싶었습니다. 제가 저와 주파수가 맞는 글을 찾아 읽으며 마음을 다독였듯이, 제 글과 주파수가 맞는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도 하루라도 빨리 고통을 더는 작업을 하기를 바라서요.
저는 그 시절 듣던 음악을 매개로 우울증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고 그것으로 제 마음에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려고 기억을 뒤적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덮어 놓고 싶은 기억과 감정도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글을 쓰다 힘들 때면 제 경험으로 써낸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아 자기 마음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매거진을 처음 기획했을 때 세웠던 목표이기도 합니다.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이런 힘든 마음에 빠져 있을 때 이 사람은 이랬구나, 이렇게도 헤쳐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작은 예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제 글의 독자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8월 중에 꼭 새로운 글을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