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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an 27. 2024

집안일의 위대함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집안일이라는 노동



모든 루틴이 사라진 쉬는 날, 빨래라는 '노동'을 하기위해 주말 아침 덜깬 몸을 일으킨다. 일주일 내내 쌓인 빨랫감을 바구니에 담아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움직인 김에 샤워를 한다. 이제야 정신이 깬다. 그 다음, 청소기를 돌린다. 평일 내내 바닥에 쌓여있던 머리카락들을 안경을 쓰고 꼼꼼이 찾아 진공 청소기안으로 빨아들인다. 물티슈를 들고 바닥에 얼룩을 하나 하나 찾아 지운다. 평일에 미쳐 돌보지 못했던 집을 돌보는 과정에 집중을 하면 몰입을 하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는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회사를 다닐 뿐이다. 인간으로서 나의 집을 관리하고 가꾸고 음식을 해먹고 쓰레기를 정리하는 삶이 본질이며 회사는 그러한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보조수단이다. 평일 내내 회사인 자아에 압도당한 나를 환기시켜주는 것이 다름아닌 집안일이다. 회사인으로서의 자아가 나를 압도하지 않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지지선이 나에겐 집안일이다.


책 '도시인의 월든'에서 박혜윤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정규직이 없어도 문명인다운 노동의 가치를 정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매일의 집안일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 다음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불안을 달래준 것은 매일의 설거지와 청소였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딸의 정체성 탐구에 기둥이 되어준 것도 집안일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매일 내 방식대로 대강 밥을 차리며 나만의 일을 하는 동시에 문명에 동참하는 만족감을 느낀다.
도시인의 월든 | 박혜윤 저

손을 놓고 아예 쉬면 더 편할 것 같지만 나의 루틴대로 '빨래-샤워-청소기돌리기-건조된 옷 개기'과정을 거치며 무언의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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