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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Mar 02. 2024

드디어, 기다리던 퇴사

그리고 3월이 왔다

2024.2.29


드디어 퇴사를 했다. 이 날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유독 이곳에선 너무나 힘들었기에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순간 까지도 그만두고 싶었던 거 같다. 오후 6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을 때, 그냥 멍 했던 것 같다. 물론 독감이 2주간 지속되어서 더 그랬을 수도. 지금도 완전히 낫지를 않은 상태지만, 막판에는 아픔이 최고조였다. 일주일 사이에 수액만 2번을 맞았으니까.


퇴사하는 마지막 날, 상사는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고 수고했어요.


가 아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망스럽네. 마지막 날이라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먼저 와서 한 번을 도와주지 않더라? 야근 한번 안 하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네?"


재수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온갖 악담을 퍼붓고 있는 얼굴을 보자니 그냥 웃겼다. 그동안 힘들게 일했던 나는 없었고 오로지 자기 생각만을 강요하며 무논리로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해대는 저 사람에게 불쌍하다는 생각도 안 들고 저런 사람이랑  일했던 내가 참 대단했구나 싶었다.

애초부터 별로인 걸 알았기에 아무런 타격감도 없었다.


"아 그러셨구나. 저는 저 빼고 두 분이서 다 하시는 걸로 생각해서 그랬어요 :)

힘드시죠? 파이팅 하세요!"


이 말로 내 대답은 끝이 났고 저런 사람 밑에서 일을 안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고 얻은 것도 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남편을 따라 내려왔고 이직, 이사, 결혼 준비, 화상수업, 대학원 준비, 결혼, 신혼여행, 이모티콘도 만들어 봤고 브런치 작가도 되고 대학원 합격도 하고 정말 힘들었던 제자들 졸업도 시켰다.


그래서 지금 좀 쉬라고 아픈 게 오래 가나보다. 저 많은 걸 어떻게 했나 싶기도 했지만 나는 또 달리기를 준비할 것이다.


2024년은 나에게 뭘 주려고 할까 설렌다. 인연이 되지 않을 것은 인연이 안 되는 것을 눈으로 봤고 또, 인연이 될 것들은 내 옆에 착 하고 붙는 것을 안다.


잠깐 쉬어가도 충분하니 죄책감 가지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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