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평범했던 어느 날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노는 걸 참 좋아했다. 집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자유가 없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늦어도 저녁 전에는 들어가서 가족들과 밥을 먹으며 오늘은 뭘 했는지 재잘재잘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들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더 늦게 까지 놀았던 것 같다. 어렸던 내가 보이질 않으니 가족들이 나를 찾고자 온 동네를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나를 찾는 형의 모습을 보고는 나는 몸을 숨겼다.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있던 나는 나를 찾느라 돌아다니는 가족들을 보고는 장난이었는지,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숨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등장할 타이밍을 놓친 나는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놀이터에 있었다.
하나둘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향하는 이름 모를 친구들을 보며 왜인지 모르게 혼나는 게 무서워졌다. 계속 거기 있을 순 없으니 버티다가 어둠이 무서워져 나는 집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마자 엄마는 문을 열며 화를 냈다. 어디에 갔었던 거냐며. 역시나 혼나는 게 무서웠던 나는 잔뜩 움츠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오랜 시간밖에 있던 터라 몸이 차가웠다. 형이 나의 옷을 갈아입히려 하자 알 수 없는 벌레가 내 몸에서 떨어졌다. 새우 같이 생겼었는데 지금도 뭔지 모르겠다. 벌레를 휴지로 잡아 버리는 형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는지 눈물을 터뜨렸다.
출가할 뻔했다
뭘 잘했냐며 혼내는 엄마 그리고 뭐가 서러운지 모르는 나. 그렇게 울다가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자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곤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주말이었다. 가족들은 내가 가출이라도 한 줄 오해하고 있었다. 그럴 거면 나가라는 말을 듣고 나는 책가방에 하나둘 짐을 넣었다. 뭐를 넣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 어린 나이에 뭐가 챙길 게 있었겠는가. 울먹이는 얼굴로 가방을 메고 엄마한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터진 엄마는 가방을 벗기며 말하셨다. 네 집이 여긴데 어디를 가느냐고. 이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출가 할 뻔했던 이야기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