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북한강을 거닐며
여행의 온도
얼마 전 '내 짝'의 생일 기념으로 남양주 여행을 갔다 왔다. 겨울이라 춥고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이었지만 여행 내내 따듯한 온도가 우리를 포근하게 맞아주었다. 나는 계절을 온도와 냄새로 많이 느낀다. 온도와 냄새에는 그 당시에 느꼈던 추억도 함께 담겨 있어 비슷한 환경이 되면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그 언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온전히 그날을 느끼고 지금을 추억하기 위해 눈에, 코에, 머리에 담아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남양주에는 북한강이 감싸주듯 어디에 가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우릴 맞아주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과 물이 녹아 봄의 활기를 자랑이라도 하듯, 따듯함이 우릴 감싸며 반겨주었다. 북한강과 맞닿은 물가에서는 이름 모를 철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와 뽐내기라도 하는 듯 물결을 가르며 물 위에 앉아 먹이질을 하고 있다. 그걸 보는 우리들은 공연이라도 보는 것처럼 "우와~"라고 하며 새들을 바라본다.
온도의 따듯함과 분위기의 따듯함이 마치 코로나도 모든 걱정거리도 없는 듯 조용하게 걷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극적인 뜨거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 조용하고 은은한 미지근함을 좋아하는 사람, 사색에 잠겨 정적인 차가움을 좋아하는 사람 저마다의 온도는 다르다.
나는 미지근함과 차가운 온도의 여행을 좋아한다. 뜨거운 것은 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뜨거움에 지친 나를 차 창문을 열듯 식혀주는 것이기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바라보기에 좋은 경치, 그것과 어울리는 음식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한 '내 짝'이면 충분하다. 당신의 여행의 온도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