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에서의 토론, 케밥 투어
오늘은 제가 경험한 독일 점심시간에 대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독일 본사에는 칸틴 (Canteen)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구내식당이 있었습니다. 구내식당은 사무실 건물에서 나가서 약 3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요. 12시 땡 하고 맞춰서 가면 꽤 오래 줄을 서야 했습니다.
독일 사무실에 출근 후, 처음 며칠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삼삼오오 함께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악티엔 (Aktien) 특별 할인된 음식, 독일식 고기와 야채, 생선 요리, 베지테리안을 위한 요리, 그리고 샐러드바와 디저트, 음료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요리를 쟁반에 담아 마지막에 개별 아이템을 합산해 결제하면 되었어요.
재미있던 점은, 회사 배지에 개인 은행 계좌를 연결해, 배지로 결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배지가 없거나, 깜빡하고 두고 온 사람의 경우, 다른 직원의 배지로 결제해야 했지요. (참고로 제가 퇴사할 시점에는 EC카드, 데빗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습니다)
저희 팀은 약 10여 명 내외가 함께 앉아 식사를 했는데요, 젊은 직원들이 다양한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독일의 남부에 자리한 회사이지만, 북부, 서부, 동부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온 동료들은 자기 고향의 문화, 음식, 정치적 의견, 집을 살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등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곤 했습니다. 주로 독일어로 대화를 하기에 처음에 저는 그저 독일어로 듣기 연습한다고 조용히 듣곤 했어요.
가끔 친절한 동료들이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 네가 온 한국의 주택 문제는 어떠니?”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저는 영어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답니다. 종교, 철학, 역사, 정치, 사회적 문제 등 정말 여러 주제에 대해 때로는 굉장히 강력하게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답니다. ‘아, 독일 사람들이 직설적이라고 들었었는데, 정말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구나. 동료 사이뿐 아니라 상사와 직원 간에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다르다고 비난하지 않는 점, 토론 문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주로 팀이 함께 식사를 했지만, 때로는 팀원들 각자 다른 팀 동료들과 약속이 있어서, 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에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기도 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아야겠다 생각했지요.
남편과 같은 회사에 다녔기에 시간이 맞을 때는 함께 구내식당에 가거나,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는 회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 데이트를 하기도 했답니다. ^^
독일 동료들과 친해지고 난 후, 한 동료의 제안으로 Döner (케밥) 투어를 하게 되었어요. 동료 한 명의 차를 타고 회사 근방에 있는 터키식 케밥을 먹고, 돌아와서는 엑셀에 그 가게와 케밥의 맛, 야채의 신선도, 소스, 고기의 맛 등을 평가했지요. 나중에는 이 케밥 평가단에 참여하고 싶은 동로들이 늘어나서 한 명이 주문을 받아 차를 타고 가서 케밥을 사 와서 나눠먹기도 했어요. 케밥에 대해 진지한 평가를 하는 경험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때는 우버나 도어대시 같은 딜리버리 서비스가 생기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 굉장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분들은 과거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한 분 들이거나 그러한 분들의 가족이며, 이러한 분들이 현역 직원들이 받는 할인가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퇴직한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직원들, 또는 학교가 쉬는 날,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다소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저에게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싱글 직원들의 경우에는, 음식을 Take away 박스에 담아서, 집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기도 했지요.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구내식당을 적극 활용, 식비를 절약하는 직원들도 꽤 있었답니다.
그 외에도 근처 베이커리에 가서 간단히 먹고 오는 그룹,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동료, 치즈만 따로 싸 오고 샐러드바 야채와 섞어 먹는 동료 등 여러 그룹이 있었답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점심 문화와 크게 다르게 다가왔던 부분은 아마도 열띤 토론 문화가 아닐까 싶어요. 맞고 틀리고를 따진다기보다는 서로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점, 가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만, 토론은 토론으로 남겨두고 다시 move on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봐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기에 제가 경험한 독일 오피스 점심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다음 화에서는 독일 휴가 문화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