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8호 01화

015B 18호 여는 글 및 목차

편집장 곤지, 퓨

by 연희관 공일오비

이번 18호의 표지를 장식한 비눗방울은 여러분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했나요? 비눗방울의 아른한 표면에는 그 모든 상상이 맺힐 것만 같은 신비로운 가능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맺히고, 투과되고, 흡수되는 듯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비눗방울이 지닌 막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 막은 한순간에 폭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이 위태로운 경계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막을 상상할 때, 비눗방울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눗방울은 우리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때론 모두가 안락하게 들어앉은 세상 같은 것이 되기도 할 테니까요. 모든 가능성과 명백한 불가능성이 공존하는 이 이상한 막이 궁금해진 우리는 무턱대고 비행기를 타보기로 합니다. 이 비행을 얼마나 지속할지, 그 종착점은 어디일지 알지 못합니다. 우린 그저 떠날 준비를 합니다.


첫 번째 카테고리 CHECK-IN에서 곤지와 퓨는 이 비행에서 어떤 세계를 마주하더라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곤지는 세계를 구하려는 헛발짓을 거듭한 끝에 결국 사람이 곧 세계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맙니다. 다정하게 싸워 타인의 세계를 구해내는 법을 말하는 곤지의 글은 여러분을 그 투쟁의 과정에 초대하고 있습니다. 퓨는 권태의 사막 한가운데에 파묻힌 우리에게 서늘한 공포의 오아시스를 보여줍니다. 그 아른대는 오아시스의 흔적을 뒤쫓다 보면, 이내 정직하게 공포를 마주하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다정과 공포, 상반되는 듯 보이는 태도이지만, 둘 모두를 손에 쥐고 있는 여행자들만이 안전하고 온전한 비행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지요.


두 번째 카테고리 GO TO GATE에 실린 두 개의 글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시선이 돋보입니다. 온은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온라인 세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예되고 축적된 공간을 바라봅니다. 그 시선의 끝에서 온라인은 새로운 소통과 기능의 세계로 태어납니다. 구름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을 가능케 하는 ‘정’들에 대해 말합니다. 애정, 냉정, 열정을 거쳐 마주한 감정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고 구체적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것들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탑승만 남았습니다.


세 번째 카테고리 ON TIME에는 제목 그대로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들이 담겼습니다. 띵동은 자신의 몸과 위치에 대한 감각을 돌이키는 과정을 진솔히 기록하면서, 쫓겨난 자로서 침묵하고 발화하는 존재를 구분하는 대신 다양한 내면을 품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데 이릅니다. 오월은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우상적 존재로서의 아이돌이 아닌 여느 누구와 같은 근로자로서의 아이돌, 그리고 이들이 놓인 열악한 환경을 자신의 경험과 특별한 인터뷰이의 경험을 경유해 꾸밈없이 풀어냅니다. 한편 느루는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상투적인 언어와 표현들을 해체하고, 맥락에 맞게 이해한 후 그것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위태로운 도구로서의 언어를 비판합니다. 세 글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두 우리의 비행이 처음부터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딱딱한 현재의 땅에서 힘을 얻어야만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카테고리 FINAL CALL은 출발 직전, 아직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여러분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는 목소리입니다. 영원, 심술, 흥구, 띵동은 우리가 지켜봐온 국가의 부재 현장과 저마다의 경험을 시작으로 국가란 무엇인지, 국가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고 우리는 어떤 국가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이들은 국가의 물질적 작용과 마주하는 정치적 장소로서의 신체에 주목하고, 이 세계에서 미끄러지고 탈락된 존재, 허용된 형태 바깥의 몸을 바탕으로 새로이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국가를 상상합니다. 이번 18호의 한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공동기획의 시도는 각자의 세계와 공동의 세계를 둘러싼 막을 맴돌고, 되묻고, 변형시키고, 뚫고 나가는 용감한 몸짓으로도 느껴집니다. 정말로 떠날 때로군요.


새로운 출발이라니, 2023년에도 이런 표현이 가능하기나 한 건지 아직 확신은 없습니다. 이미 과거에도 기대에 차서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시작들은 수없이 있었고, 변화란 건 너무 더디고 조용해서 우린 모두 실패했다고 떠벌리는 목소리에 때로 동조하고 싶어지는 일이 점점 잦아지죠. 그럼에도 다시 지난한 사유와 고민을 거쳐 이륙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꾸려가는 이 불확실한 여정이 과거의 여정들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하나의 증거가 되기를, 연속을 잇는 또 하나의 시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작의 설렘과 묘한 책임감을 손에 들고, 출발하겠습니다.



편집장 곤지(yonzgonz@gmail.com)

편집장 퓨(rachopin329@naver.com)




연세대 18호.jpg


[연희관 015B 18호 목차]


CHECK-IN

다정한 것들이 세상을 구한다

권태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공포의


GO TO GATE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Disappear!

정에 대하여


ON TIME

자각하는 감각의 기록

분류: 노동자

해체, 언어: 슬금슬금 이름표 붙이기


FINAL CALL: 국가를 묻는다

과거를 마주 대하기

복수의 여성들, 국가와 가부장제의 교차

입구가 필요하다

외면한 국가, 막아선 국가, 그 사이에 놓인


17호 독자모임: 공일오비 X 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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