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편집위원 희
연세대학교 백양 누리를 3년간 청소해온 최씨는 동이 트지도 않은 시간에 일어난다. 한 시간가량 아침 기도를 올리고 나서 흰 쌀죽을 직접 차려 먹는다. 당분간 그는 이외의 다른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 근 몇 달간 심하게 받은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에 걸려 곧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따라 핼쑥해진 얼굴로 변변찮은 식사를 하고 나서 그는 나갈 채비를 한다.
6시면 집에서 나와 차를 운전해 학교까지 온다. 매일같이 지나온 출근길이 이제 최씨에게 힘겹기 느껴지기만 한다. 지금에서라도 운전대를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건강 때문이 아니다. 그는 용역업체의 지독한 괴롭힘에 나날이 지쳐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소용역업체가 원이앤에스(One E&S)로 대체되고 난 이후부터였다. 두려운 얼굴과 목소리로 가득한 일터에 더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다.
출근하는 기분이 어떤지 묻자 그가 답했다.
지옥문에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지난해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는 코비 컴퍼니를 퇴출하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코비 컴퍼니는 감시단을 꾸려 노조에 든 청소노동자를 촬영해 감시하고, 상습적으로 부당한 업무를 지시해왔다. ‘재활용 폐기물 보관실’을 노동자 휴게실로 내주는가 하면, 크리스마스에는 학생들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산타복을 강제로 입혔다. 더위에 산타 모자를 벗은 여성 노동자는 복도에서 사장에게 꿀밤을 맞았다. 항의하자 꾸중이 돌아왔다. “신호등을 따르는 자동차처럼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 안에서 본보도 다른 교내 언론과 함께 코비 컴퍼니의 실상을 낱낱이 비추는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대학생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020년 12월 코비 컴퍼니는 학교에서 쫓기듯 나가고, 빈자리에는 새로 입찰 된 원이앤에스가 들어왔다. 그렇게 코비 컴퍼니 소속 노동자들이 입었던 상처가 아물 줄만 알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1월 초, 코비 컴퍼니에서 원이앤에스로 소속을 옮긴 노동자 한 명이 본보를 찾아 뜻밖의 말을 건넸다. “코비 때랑 달라진 게 조금도 없어요”
업체는 달라졌지만, 그 아래서 일하고 있는 노조원은 그대로다. 더는 고통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힘껏 목소리 내어 이제는 판을 바꾼 줄 알았지만, 사실상 윗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멀리서 살피면, 노동조합이 껄끄러운 청소용역업체와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노동조합원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싸우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보가 3명의 청소노동자를 만나 들어본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소수인 노조원은 아스러지고 있었다. 용역업체가 일방적으로 노조원을 고된 환경으로 내몰아왔기 때문이다.
이들 청소노동자는 코비 컴퍼니를 몰아낼 때처럼 노조의 대대적인 도움이라도 받지 않는 한, 용역업체의 부당한 지시에 제대로 대항하는 힘을 일절 갖고 있지 못한다. 수가 워낙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청인 대학이 해결에 나서주지 않는 탓도 있다. 연세대학교는 교내에서 벌어진 일이라 할지라도 간접 고용된 노동자가 겪는 문제는 그가 소속된 업체와 직접 해결하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실질적인 고용주인 대학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이, 용역업체의 갑질에 청소노동자는 매일 지옥을 드나들고 있었다.
지난 1월, 최씨는 원이앤에스 실장에게 그가 요청했던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서를 제출했다. 실장은 최씨에게 업무에 지장이 갈 수 있는 건강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실장은 건강검진을 받고 온 최씨가 가져온 결과서를 슬쩍 살피더니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네요”라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중고령의 청소 노동자들 사이에서 건강한 편이었다. 적어도 7년간 몸 때문에 걸레질을 멈춘 날은 없었다.
최씨는 도저히 그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지 따지니, 실장은 최씨의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높고 당뇨도 있어 더는 학교에서 청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대꾸했다. 건강검진 결과에 기재된 작은 문제 하나하나를 채용 거부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최씨의 혈압 수치는 고혈압 아래 단계인 주의혈압이었고, 당뇨는 최씨가 11년 넘게 잘 관리해온 질환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최씨에게는 항변할 기회가 없었다. 실장은 최씨가 입을 열 때마다 말을 끊으며, 최씨의 건강 상태를 운운하며 채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당시 상황을 최씨는 “참다 못해서 제가 당신이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라며 설명했다. 건강과 근무 상황 사이의 인과관계 조차 업체 측에서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성급하게 결정하려고 했다는 게 최씨의 의견이었다.
“남자는 60세가 넘으면 보통 누구나 당뇨나 고혈압이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어요. 특히 저는 오랜 시간 당뇨를 앓으며 이 병을 어떻게 다룰지 잘 알고 있고, 또 당뇨 치료를 위해서 운동을 할 겸 이 청소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실장이 한 말이) 이해가 안 됐죠.”
건강검진은 사실상 명분에 불과하고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해고하려 했다는 게 최씨의 추측이었다. 용역 업체가 바뀌어도 근무인력은 고용승계를 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최씨뿐만 아니라 노조원 다수가 채용 거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원이앤에스에 소속된 노조원 박씨는 골다공증이 있다는 이유로, 조씨는 허리에 만성 통증이 있다는 이유로 원이앤에스에게 트집을 잡혀 채용 거부를 당했다. 사소한 건강 문제를 문제시하며 “일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본보와 얘기를 나누던 조씨가 “조그마한 문제라도 어떻게든 잡아내서 노조원을 여기서 내보내려고 그러는 거에요.”라 말하자, 최씨가 “그런 식으로 건강에 문제 있는 사람 다 내보내면, 여기는 스무 살 서른 살 밖에 안된 젊은 사람들만 일하고 있어야지.”라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얘기를 듣던 현재 20대인 필자도 그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성실하게 일했지만, 이제 이곳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불안은 일상이 되었다. 가당치 않은 이유로 이들을 내보내려 하는 용역업체 앞에서 노동자들은 한데 입을 모아 마치 자신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서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말, 원이앤에스의 면접 자리였다. 자리에 앉아있던, 4 공학관을 맡아 청소해온 조씨에게 원이엔에스 직원은 회사 정년 연령이 60세로 규정돼있어 더는 일을 못할 것이라 통보했다. 올해로 60대 후반에 접어든 조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지금껏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지우기 위해서 1년이 넘도록 지난한 투쟁을 치러온 조씨였다. 다른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건강한 노동을 하고자 싸워온 결과가 해고로 돌아온 꼴이었다.
“저도 그렇고 우리 노조원 중에 예순 안 넘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청소 노동에서) 그런 식으로 다른 일이랑 똑같이 정년을 정하면 아무도 일 못해요. 학교에서 젊은 사람이 청소하는 거 보셨어요? (중략) 제가 이걸 가지고 따지니까 저를 막 무시하면서 지금 규정에 대고 반박하느냐고 하면서 고압적인 태도로 대하더라고요.”
대학 청소노동은 다른 일과는 성격이 다르다. 조씨의 말처럼, 젊은 나이부터 청소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대다수가 50~60대에 일을 시작한다. 본보가 만난 청소노동자들의 나이 역시 6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 사이에 분포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정한 원이앤에스의 결정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당장 생업을 그만두고 짐 싸서 떠나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조씨는 “나가라고 (말한다고) 정말 나가면 저희가 해온 게 물거품이 되는거예요.”라며 “그때 원이엔에스가 노조원을 얼마나 내쫓고 싶어하는지를 느꼈어요.”라 말했다.
본교를 벗어나 주변을 둘러봐도,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기간제나 촉탁 계약의 경우, 70세까지도 계약을 연장해 일할 수 있는 청소노동 사업장이 상당수다. 고려대·홍익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은 청소노동자 정년을 70세로 유지하고 있으며, 그보다 적더라도 정년 65세가 일반적이다. 그중에서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정년은 65세지만 촉탁직으로 71세까지도 근무할 수 있다.[1] 이러한 현실은 지금껏 탈 없이 일해온 사람들을 곧장 떠나게 하는 것이 부당한 일임을 방증하고 있었다.
조씨 역시 이것이 부당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장 해고당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며칠 간 걱정에 사로잡혔다. 조씨는 자신이 버텨온 자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에 휩싸였다 말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면접으로부터 사흘이 지나고, 민주노총 연세대 분회에서 원이앤에스에 공식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지나치게 낮은 정년 연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원이앤에스는 곧바로 촉탁계약으로 방향을 바꿔 정년을 63세, 이튿날 70세로 고쳤다. 옆에서 이를 듣던 최씨는 “이러니 노조가 우리에게 필요한 거예요.”라 말했다.
용역업체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함께 일하는 비노조원들에게서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최씨는 백양누리에서 일을 잠깐 멈추고 휴게실로 가던 도중, 누군가와 어깨가 강하게 부딪쳐 몸을 휘청였다. 중심을 잡고 나서 보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노조원인 백씨였다. 최씨는 그런 부딪침은 이제 익숙하다고 말했다. “청소하는 중에는 뒤에서 등을 툭툭 치고 가는 사람도 많아요”라 말하던 최씨의 눈에 잠시 눈물이 맺혔다.
박씨는 “공학관 복도를 닦으며 가다가 누가 대걸레로 앞을 가로막은 적도 있어요” 말했다. 역시나 비노조원이었다. 박씨가 왜 그러는지 묻자 그는 그저 자신도 청소 중이었다고 대답했다. 말만 안 했을뿐,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일터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었다.
조씨는 자신보다 5살이 어린 비노조원에게 온갖 욕설을 듣기도 했다. 그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 옆을 비노조원 무리가 지나가다 한 명이 그에게 “노조에 들어가서 참 피곤하게 산다”고 비아냥대자 조씨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요”라 얘기했다. 그 말에 격분한 비노조원 윤 씨가 조씨에게 망신을 주고 욕을 한 것이었다.
폭언이 오갈 만큼, 노조와 비노조 간의 갈등이 거세졌다. 원이앤에스 아래 노조원들은 다수 비노조원들에게서 쏟아지는 폭언과 핍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일을 하러 나온 캠퍼스에서 이들이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지고 있었다. 청소 업무에만 몰두하고 싶어도, 다른 노동자가 건드리고 용역업체 관리자는 자신들을 아니꼽게 바라본다. 최씨는 “주변의 시선과 분위기에 매일 너무 위축돼요”라 말했다. 빈번하게 가해지는 폭력은 이들의 삶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당사자는 비노조원이었지만, 원인은 용역업체 원이앤에스였다. 원이앤에스 측에서 물밑에서 근무 배정을 이용해 노조원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었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 특별히 더 근무하는 것을 특근이라고 하는데, 교내에서는 총장공관을 청소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보에서 취재한 바로는 본교의 특근은 일이 비교적 쉽고 수당도 높은 편이다. 또 빈도도 잦기 때문에 노동자 대부분 특근 인력에 들어가기를 원하는데, 원이앤에스는 비노조원으로만 특근인원을 채워 고정해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노조를 멀리하는 사람 위주로 혜택을 주며 비노조원들 사이에서 특근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노조원의 설명이었다. 원이앤에스가 노동자 사이를 갈라치기 하며 노조원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던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양 반장’이라 불리는 원이앤에스의 청소 총반장(이하 ‘총반장’)이 있었다. 총반장은 2019년 7월 코비 컴퍼니 아래서 총반장 직책을 달고부터 용역업체와 함께 노조원을 괴롭히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었다. 올해 원이앤에스는 총반장에게 청소업무는 지우고 인사권을 넘겨주었다. 그로써 총반장은 자신의 입맛대로 직접 노동자를 채용하고 업무별로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노조원을 괴롭히는 사람들만 특근을 나갈 수 있는 차별대우 역시 총반장이 고안한 것이었다. 그의 직책은 청소노동이지만, 직무는 노조의 감시와 처벌이었다.
총반장은 지난해 9월 교내 청소노동자 폭행 사건의 가해자였다. 피해자는 다름 아닌 현재 원이앤에스 소속인 청소노동자 조씨였다. 조씨가 부당한 업무 지시에 설명을 요구하자, 총반장은 그를 밀치고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해 넘어뜨렸다. 두 달이 지난 11월 그는 총반장을 폭행 건으로 고소했다. 당시 조씨는 코비 컴퍼니가 총반장을 두둔하는 바람에 그는 사내에서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원청인 대학에 해결을 기대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연세대학교에서 얼마만큼 노동 외주화를 남용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씨에게는 고소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원이앤에스는 제게 (제가) 소송에 걸려있는 사람이라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소송을 취하하라는 거죠. 관리자 폭행 사건이고, 제가 피해자였는 데도요.”
산넘어 산이었다. 원이앤에스는 조씨에게 진행 중인 소송 절차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퇴직을 강요했다. 조씨가 총반장을 일터에서 쫓아내고 싶다면, 그도 함께 나가야한다는 일종의 겁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분명 부당했다.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해고 사유가 될 수도 없거니와, 1월 초에 열린 약식 재판에서 총반장의 유죄로 판결이 나 벌금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원이앤에스는 근무지 내 폭행 사건의 잘잘못이 명백했음에도, 총반장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조씨를 내보내려 하였다.
총반장이 일터에서 노동자를 폭행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은 본교 대학언론연합체 ‘아코디언’이 분주히 뛰어다닌 덕에 진즉 공론화되었다. 하지만 원이앤에스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되려 인사권을 손에 쥐여주기까지 했다. “노조를 분열시키는 데에 알아서 솔선해줘 쓸모가 요긴하니 (총반장을) 내보낼 수 없다는 거예요” 조씨가 말했다. 그 옆에서 말을 듣고있던 최씨가 “일하는 사람을 밀친 사람이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학교는 관심도 없어요”라 말했다.
원이앤에스에서 일하는 노조원들은 모두 원이앤에스의 횡포에 몸서리치고 있었지만, 한 명도 이곳에서 쉽게 발 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리를 지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박씨는 “(이유가) 사명감 같은 거창한 게 아니예요”라며 “제가 빠지고 다른 사람 하나하나 빠지면 누가 여기에 남아있겠어요. 돈 때문에 못 나가는 사람만 남으면 홀로 (업체에) 맞서야 할 텐데, 혼자서 그게 되겠어요. 혼자서는 외롭고 너무 힘들지. 그래서 나도 너무 힘들어도 매일 출근하는 거예요”라 말했다.
노조원도 이제는 몇 남지 않았다. 용역업체와의 갈등도 문제였지만, 노동자들이 각자 느끼는 책임감 역시 자기자신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포진이 생겨날지언정, 함께 있는 동료를 생각해 이들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막중한 의무감을 지니고 있었다. 코비 컴퍼니를 상대로 투쟁할 때는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뭉쳤다. 문제의 코비 컴퍼니가 나가자 이제는 노조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업체가 바뀌기는 했으니 당장 시급했던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냐는 거죠. 솔직한 심정으로 저희는 노조에 섭섭했어요” 최씨가 말했다.
지금도 조씨는 지하 백양누리에 대자보를 붙인다. 원이앤에스의 갑질과 괴롭힘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자신을 폭행한 관리자를 아직도 데리고 있으면서, 설상가상으로 폭행 피해자인 자신을 내쫓으려 하는 원이앤에스의 실상이 대자보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와 만난 날, 본보의 기자들도 대자보 부착을 도왔다. 삶의 고초를 고스란히 담은 글이었지만, 유심히 읽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 청소노동자의 설움이 늘 있어왔던 의례처럼 느껴지는 탓일 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이대로 넘길 수는 없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군가는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연세대학교는 간접고용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청소부터 경비·미화·식음까지 모든 일터는 간접고용 노동자로 가득하다. 대학에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도급이나 위탁 등을 통해 민간 업체에 근무 인력 고용과 관리를 맡긴다는 것이다. 원청인 대학에 고용된 용역업체가 다시 노동자를 불러다 쓰는 삼각 고용 구조에서 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이 구조에서 문제에 조치를 취해줄 주체가 명확히 없다는 사실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책임도 해결할 의무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만 갖춰진다.
교내 노동자를 폭행한 인사 관리자를 대학은 보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다. 코비 컴퍼니 때부터 총반장을 비롯해 관리인력의 노동자 괴롭힘은 민주노총 연세대 지부에서 끊임없이 알리고 대학에 방안을 마련해달라 요청한 사안이었다. 업체가 바뀌고 나서도 그대로인 지금도 본교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조씨는 거리낌 없이 자신을 미워하는 관리자를 매일 마주해야 하고 최씨는 자신을 둘러싸고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을 보내야 한다.
[2]
사용주(원청)-고용주(용역업체)-노동자로 구성되는 ‘삼각 고용’구조는 아주 간편하게 노동자를
‘동네북’으로 만든다. 모든 책임을 노동자가 떠안는 순간 원청의 불법행위, 용역업체의 무책임은
‘그래도 되는 일’이 되고, 계속 반복된다.
한국일보, “한겨울 ‘입김 세차’…관리비는 떼가지만 관리 안 한다”. 2021.01.27.
이러한 일터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이앤에스의 갑질에 있다. 하지만 대학이 반복하는 간접고용 구조의 실책이 바뀌지 않는 한, 고통받는 노동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은 노동자에게 업체와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에 매진해야하는 쪽은 당장의 일자리가 걸린 노동자다. 결국, 노동자 개인 입장에서는 대학밖에는 기댈 데가 없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 직접 고소를 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고소 건 역시 업체에 흠잡혀 일자리를 위협받는다.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책임이 오롯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순간부터 용역업체의 갑질은 마땅한 일로 둔갑한다. 노동자는 끝없이 자신의 처지를 항변해야 하지만, 그에 반해 용역업체는 손쉽게 그를 내칠 수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공공기관 대상으로 발표한 민간위탁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있다. 간접고용 구조에서 노동자가 입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나온 본격적인 정책이며, 본교는 그 중 절반도 되지 않는 내용만 이행했어도 충분히 청소노동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환경을 분기 별로 점검하거나, 하청업체와의 핫라인을 별도로 마련해 노동자가 원청에도 고충을 말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존 인력 고용 유지·승계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어 이전부터 일하던 청소노동자의 권리와 생계를 지켜줘야만 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지금의 대학은 고통받는 노동자가 자진해 퇴사할 때까지 노사관계에 조금도 개입하지 않는다. 기약없는 업체와의 해결만 촉구할 뿐이다.
그렇게 대학의 방관 속에서 코비가 나가더니, ‘또 다른 코비’가 들어왔다. 만일 시간이 흘러 원이앤에스가 나간다고 한들, 또다시 ‘또 다른 원이앤에스’가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용역업체로 자리를 옮겨 다녀야만 하는 노동자는 끝없이 지옥문을 드나 다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씨는 “나는 곧 퇴직할 나이지만, 내 뒤에 들어올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원이앤에스라는 고작 하나의 용역업체를 비판하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막대한 고통의 연쇄는 결국 원청인 대학이 나서야만 끊어질 수 있다.
책임없는 고통이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일도 제대로 못 마친 채 한숨을 쉬다 끝끝내 퇴사하는 건 노동자 밖에 없다. 기사에 등장한 박씨, 조씨, 최씨는 코비 컴퍼니 아래서부터 기나긴 수난을 겪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는 노동자가 아니라, 그들을 직접 고용한 용역업체가, 그리고 그 업체를 고용한 원청이 고통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대학이 임시변통으로 아무 업체를 들여오고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르쇠로 잡아떼는 판국을 대체 몇 년을 이어야 성이 차겠는가.
원이앤에스는 청소 상태를 자주 점검한다고 한다. 지난 1월 중순, 청소 상태가 엉망이라며 용역업체 관리자는 박씨를 공학관 2층 화장실로 불러냈다. 그는 이곳저곳을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섞어가며 “대체 청소를 왜 이딴 식으로 하냐”며 화를 냈다. 그곳은 박씨의 청소 구역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맡은 곳이라고 말하니 (저한테) 얘기했어요. 말대꾸하지 말라고.” 노동자는 동네북이 아니다. 동네북이 아닌, 사람으로서 청소노동자가 건네는 이 문제의식이 우리 대학에서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LG 청소노동자 '정년 70세', 무리한 주장일까”, 이용덕, 2021.1.2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12774
[2] "한겨울 ‘입김 세차’…관리비는 떼가지만 관리 안 한다",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2021.11.0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12015550001005
편집위원 희 (woddlwodl2@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