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편집위원 아리, 연자
*원제목: 지금 LG트윈타워에서는_투쟁 현장 취재기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은 싸우고 있다. 2020년 여름부터 청소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위해 피켓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해가 바뀌어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지금까지도 그 소식이 들린다. 이들의 농성이 길어짐에 따라 신문이나 포털사이트에서 LG트윈타워와 관련한 기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잦지 않은 요즘은 외부의 상황을 주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알게 되니, 투쟁 현장을 취재해 꾸준히 업로드되는 기사들이 새삼 고맙기까지 하다. 어라. 마침 찾은 이 기사는 며칠 전에 게시된 따끈따끈한 기사다. 클릭.
청소 서비스 만족도가 낮아서 계약 해지 통보
근로계약서에는 계약 종료 조항이 포함
위로금/전환배치 노조측 거절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사건의 경과를 정리해준다. 방금 클릭한 기사는 ‘한국 3대 신문사’ 중 한 곳의 기사이니 아주 정확한 내용만을 담을 테다. 하지만 네모반듯한 폰트로 적힌 깔끔한 기사들을 읽고 나면 어쩐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관계들 사이에는 기사로 채워지지 않는 빈칸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잘 정리되어 업로드되는 기사와 그 안에 가득한 정보를 조합해보아도 여전히 다 알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잇달아 떠오른다. 노조는 전환배치를 왜 거절했을까? 노동자들은 위로금을 왜 거부했을까? 고용 승계가 왜 갑자기 문제가 되었을까? 근로계약서를 읽었음에도, 조정회의에서 용역업체가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해가 바뀌어 더는 LG트윈타워에 출근하지 않음에도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은 어째서 LG트윈타워 로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스크롤을 내리면 어김없이 적혀있는 댓글들처럼, ‘LG 직원도 아닌’ 주제에 ‘청소도 못 하면서’ ‘계약서대로’ 용역업체가 행한 것에 ‘떼쓰는’ ‘노조 사람들’이라서? 기사에는 다 담기지 못한 어떤 울퉁불퉁한 맥락이 있지 않을까. 기사 그 뒷면에 말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에스앤아이는 “입주업체 조사를 통해 청소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 여 이사는 “트윈타워에서 일한 82명과 개별 근로계약서에서는 ‘해당 사업장과 계약이 종료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에스앤아이와 계약 종료로 이들과의 개별 계약 종료도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 지수 소속으로 트윈타워에 배치된 인력 82명 중 노조원은 현재 30여 명이다. 이 가운데 10여 명이 백상으로 옮겨 트윈타워에서 일하고 있다. 시위 중인 노조원은 25명, 위로금을 받고 대기 중이거나 만 65세로 정년퇴직한 인력은 40여 명이다. (...)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주재한 조정회의에서 지수 측은 ‘전환배치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거절했다.
[출처: 중앙일보] 애먼 불매운동까지…LG트윈타워 청소노조 시위 속사정
https://news.joins.com/article/2396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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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건물에서 청소한다고 LG 직원이냐? LG가 고용한 것도 아닌데 왜 트윈타워에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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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자업자득 아닌가... LG가 다른 일자리도 제안했다는데 너무 떼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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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INC에 가서 따져물어라. 엄한 LG에서 땡깡 부리지 말고
2020년 꾸물거리고 흐릿한 1월의 어느 날. 편집위원 아리, 연자, 희가 각각 용인시, 고양시, 안산시로부터 나와 LG트윈타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로 모였다. LG트윈타워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청소노동자 한 분과 직접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LG트윈타워는 낮게 내려온 회색빛 하늘에 닿을 듯이 크고 높다랬다. 입구를 찾기 위해 길모퉁이를 돌자 반짝거리는 유리 건물 앞으로, 플랑과 비닐로 덧씌워진 농성장이 보였다. ‘노예 취급 하지 마라’.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에 걸린 붉은 현수막에는 붓으로 거칠게 적은 글씨가 있었다. LG트윈타워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계속되는 곳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부터 쉽지 않았다. 연말을 맞아 LG트윈타워에 연대방문을 하러 갔던 시민단체들의 모습을 SNS에서 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문 쪽 입구로 들어섰지만, 그 앞에 배치된 두어 명의 경호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방문 이유를 묻는 대답에 농성장 방문을 왔다고 답하자, 경호원들은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출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상근자라고 말해도 신원확인이 어렵다며 안에서 ‘노조원 1인’과 동행해야 들여보내준다며 막아섰다. 경호원이 식별할 수 있는 신원을 증명해보이는 일도, 그보다 이동 자체에 제한을 받는 것도 무척 당황스러웠다. 곤란해하며 돌아서던 차에 농성장 앞에 빨간 조끼를 입은 분을 발견했다. 아, 빨간 조끼. 반가웠다. 그렇게 약속 시각에 딱 맞춰 ‘노조원 1인’과 함께 LG트윈타워 로비에 들어설 수 있었다.
LG트윈타워의 로비는 두 동의 건물 사이에 있었다. 두 동의 건물을 잇는 통로여서인지 로비에는 여기저기로 통하는 문이 많았고 자주 열려있어 냉기가 돌았다. 로비 한쪽 구석에 여러 겹 깔린 은박지 돗자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식량들과 창문에 덕지덕지 붙여진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돗자리 근처에는 캠핑용 의자들이 몇 개씩 늘어져 있었고, 조끼를 입은 몇 분씩 둘러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방을 엉거주춤 내리고 잠시 두리번거리고 있자 함께 인터뷰하기로 했던 청소노동자, 양진순 씨(가명)가 우리를 알아보고는 의자를 밀어주며 여기에요-했다. 동그랗게 의자에 앉아, 조금 춥고 조금 시끌한 LG트윈타워 로비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끼리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다 보면 다른 빌딩 엄마들하고 같이 만날 수가 있어요. 버스 타면 얘기도 하고 그러잖아. 그러다가 노조 얘기가 나와서 우리도 한번 가입해보고 싶다. 우리끼리 하자 그래가지고 암암리에 동료 여사님들 몇몇 사람 빼고 다 가입을 했어. 열심히 여기서 하란 대로 일을 했으니까 처음에 여기 와서 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근데 이제 노조를 가입하고 속을 들여다보니까 우리가 너무 몰랐던 부분들이 많이 있더라고. 삼십 분을 꺾어서 토요일날 격주마다 무임금으로 일을 시키는 거야.”
양진순 씨는 LG트윈타워에서 4년 동안 청소노동자로 근무했는데 괜찮은 일터인 줄 알았던 LG트윈타워에 대한 인상이 그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이후 양진순 씨는, 자신을 고용한 청소용역업체 지수INC에서 꼼수를 부려 안 해도 되는 일들도 맡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출근 이후 일터에서 보내는 하루 10시간 중 1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은 휴식시간인데, 이 중 점심시간을 강제로 30분 더 늘려 부족해진 근무시간만큼 토요일에 무임금으로 일을 시켰다. 계약서에 쓰인 시간만큼 일해야 맞지, 평일에 30분 더 쉬지 않느냐는 말을 들으면 양진순 씨는 할 말이 없어졌다. 격주로 출근하는 토요일에 양진순 씨가 맡아야 하는 영역은 두 배가 되어 총 네 층을 청소해야 했다. 원래 청소하는 곳이 아닌 건물 지하 식당의 왁스 작업도 별다른 설명 없이 양진순 씨의 일이 되었다. 미끄러워 넘어져도 사비를 들여 병원에 다녀왔다. “그때 조심하지 그랬냐는 말이나 들었는지 몰라” 하며, 양진순 씨는 가만히 눈을 위로 치떴다.
“우리가 노조를 가입하고 소리를 내게 된 거지. 우리가 휴일날 공짜로 지금까지 해준 거 돈 내놔라. 노조 만들면 자기네들이 우리를 맘대로 부려먹지 못하니까 노조를 해체시키려고 해. 교섭 같은 것도 우리는 금방 협상하고 해서 되는 줄 알았더니 교섭할 때 보면 너무 무성의해. 준비도 안 해오고 파악이 안 됐다는 둥, 아직 안 읽어봤다는 둥 1년을 끌어. 12월까지 끌고 왔어. 그러다 1년째 되니까 우리가 노조하느라고 서비스가 너무 엉망이라 이번에 계약을 못 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한 거야. 20년 12월이 되니까 이제 갑자기 서비스가 미흡해서 계약을 못 따내서 우리가 여기서 일을 할 수 없대. 나가야 한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휴식시간에 작업복 입고 로비 돌아다닌다고 지적을 받다가 2019년도에 노조를 만들었고,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했다. 최저임금을 넘어선 생활임금 보장, 떼인 임금 지급, 토요일 무급노동 금지, 안전한 일자리를 위한 고용 승계. 근로자는 단체교섭의 권리를 가지고 있고 사용자는 성실히 교섭해야 함에도, 지수INC는 교섭 자리 때마다 건성으로 임했고, 협상은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그래서 양진순 씨는 동료들과 피켓을 들었다. 점심시간 30분을 쪼개, 피켓을 들고 조끼를 입고 로비에 모였다. 지수INC는 업무방해금지의 이유로 ‘노래 부를 때마다, 피켓을 들 때마다, 구호를 외칠 때마다 200만 원씩 지급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당연히) 해당 신청은 기각되었지만 지수INC는 항소했다. 교섭장에서 보여주던 미적지근한 모습과는 달리, 끈질기게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고소와 고발이 이어졌다. 이처럼 법적인 이유를 가지고 와서 집회와 출입을 금지하고 노동자들의 조합 활동을 막는 것은 “노조를 해체하려는”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법적 절차는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판결이 나기 전까지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많다. 때로 ‘법대로 해’의 말이 강자의 말로 들리는 이유다. 이렇게 1년을 끌었다. 2020년 12월, 그럼에도 매일 점심시간마다 피켓을 놓지 않은 LG트윈타워 노동자들에게, 지수INC는 “노조하느라고 서비스가 너무 엉망이라”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SNI코퍼레이션과 재계약하지 못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니 “사직서에 권고사직으로 사인을 하”라고. 대신 “미안하니까 위로금을 줄 거”라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파견업체는 ‘계약해지’를 이유로 내세우며 어쩔 수 없는 순리라는 듯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한다.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훈계를 늘어놓는 업체의 말에 콧방귀를 뀔 수밖에 없는 건, 이러한 수순이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독하게 반복되어 온 노조탄압의 공식이기 때문이다.[1] 파견업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목소리를 드높였다는 이유로 손쉽게 해고되어 왔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지 않는 양진순 씨가 보기엔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해고를 감행한 것이 빤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면서, 노동자들만 해고되었을 뿐 고용업체인 지수INC의 중간관리자들과 이사들은 “버젓이 일을 하고 있”다. 서비스가 엉망이었다면 고용주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텐데, 청소노동자들만 돌연 해고를 통보받았으니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게 어렵지만도 않았다. 계약을 종료한 S&I 코퍼레이션은 LG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이고, 양진순 씨가 고용되어 있던 청소용역업체 지수INC도 구광모 회장 두 고모가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배당금을 챙겨온 회사이다. 그러니, 노조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집단해고를 감행한 것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LG에 물어야 했다. 양진순 씨는 ‘위로금’을 건네려는 사측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LG에 맞서기로 했다. 건물 로비에 자리를 깔고, 밤낮으로 고용 승계를 외치기로 했다. 취침 농성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가입하겠다 이랬는데, 이제 미운 거야. 함부로 못 부려먹잖아. 우리가 소리를 낼 수가 있고. 옛날에 노동조합 가입하기 전에는 우리가 아무 소리를 못 냈어. 일 년에 두 번씩 검사를 해야 된다 오월 달에 다니면서 찍어보고 전깃불로 비춰보고 여기가 더러운데 왜 안 했냐, 이렇게 해서 점수를 매기고 이랬거든. 우리는 찍소리도 못하고 다 했단 말이야. (중략) 우리는 이제 계약을 안 따서 못 한다 그랬는데, 지수INC 팀장이 계속 나와서 있어. 근데 80명이 다 해고를 했잖아 그러면 만약에 서비스가 안 좋아서 해고를 했으면 중간 관리자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 근데 중간관리자 두 명은 버젓이 일을 하고 있어, 업체가 바뀌었는데. 그 사람들은 일을 시키고 있고 지수INC 팀장은 계속 나와 있고. 이사도 나와 있고.”
사측에서는 지금까지도 “아직 위로금을 받을 기회가 있다”며 회유를 시도해오고 있지만, 그것으로 양진순 씨와 조합원들의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사측의 꼼수와 훼방은 자꾸만 악랄하고 교묘해져 갔다.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로 양진순 씨는 ‘외부인’ 취급을 받았다. 건물 안팎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으니, 건물에 들어올 때는 옷가지를 둘러매고 위장을 하거나 다른 볼일이 있다며 둘러대야 했다. 조합원들의 출입이 허용된 이후에도 찬바람부는 실외에 20분 이상 세워놓고는 “확인을 해야 한다”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노동자들과 연대하고자 찾아오는 시민들의 출입도 통제되었다. 창문 너머에서 조합원들을 향해 침을 뱉거나 도시락을 뺏어서 바닥에 내던지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새해 첫날에는 급기야 건물 내부의 전기마저 끊어버리고, 시민들의 연대방문을 힘으로 막아서는 용역 직원들까지 동원하여 농성과 연대를 강압적으로 막아섰다. 그 과정에서 용역들과 대치하던 시민이 회전문에 끼어 다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연대단체들은 대치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들을 각자의 공간에 게시하면서 사측의 폭력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그는 그 “난리”가 났던 때를 회상하며, 시민들과 여러 단체의 방문과 연대를 통해 사측의 횡포가 외부에 알려질 수 없었다면 사측은 또다시 잡아떼고 말았을 거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전에는 문을 안 열어줘서 우리 몰래 위장하고 들어왔어. 어디 가세요 하면 은행가요. 아니면 저 밑에 상가에 식당 간다든지 안경점 간다든지. 이렇게 뒤집어쓰고 옷에 있는 모자 뒤집어쓰고 변장을 하고 들어오고 그랬었는데. (중략) 그러면서 이제 지부 사람들은 안 되는데 여사님들은 조합원들만 들여보내 주겠다 외출하고 들어오는 걸. 근데 허용해주되 조사를 하는데 20분을 밖에다 세워 놓는 거야. 뭐 확인을 해야 된다고. 너무 어이없잖아. 그것도 그렇게 며칠 갔어.”
“우리가 1월 1일부터 문을 닫아가지고 연대 오는 사람들 못 들어오게 했단 말이지. 무슨 판문점도 아니고 유리문을 그래서 1월 1일에 사고 난 거 아니야 난리 나고. 도시락밥 먹으라고 가져왔는데 안 들여주고, 너네 나가서 먹어라. 이래가지고. 보안들을 갖다 시커멓게 몰아놓고, 회전문 못 이용하게 하고 이래가지고. 결국은 회전문 밖에 보호문 그 유리가 깨져가지고 그리로 밥을 들여 줬는데. 지네들이 갖다가 초코파이랑 갖다가 패대기치고. 그거 봤죠, 영상? 진짜 그랬어요. 그게 안 찍어졌으면 여기서는 거짓말이라고 했을 거야 아마.”
사진 출처: LG트윈타워 공대위
고용 승계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외침과 연대의 발걸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니, 제 뜻을 이루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LG 측에서는 농성과 관련하여 ‘사유지 불법점거’로 또 한 번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LG트윈타워 내의 집회를 막을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건물 내에서 밤을 새고 취침을 하는 것은 삼가라고 전했다. 가처분이 떨어지자 LG는 곧바로 항소했고, 양진순 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장으로 “출근”과 “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아침 7시까지 부지런히 모인 양진순 씨와 노동자들은 함께 집회 준비를 한다. 건물 밖으로 오가는 직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고용 승계를 목청껏 요구한다. 어떤 날은 직접 마이크를 쥐고 사측의 횡포를 꾸짖으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허기가 찾아올 때쯤에는 로비에 함께 모여 점심 한 끼를 먹는다. 어떨 때는 한탄과 푸념을 늘어놓기도, 또 어떨 때는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고 크게 웃어버리기도 하면서, 다시 점심 선전전을 이어간다. 투쟁 현장에 함께 하는 민주노총 활동가들,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투쟁에 대한 고민이나 의견들을 나누기도 하고, 해 질 무렵 각자의 일을 마치고 찾아오는 시민들의 연대 방문을 반갑게 맞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로의 뜻과 마음을 헤아려주는 든든한 이들과 함께하니 웃을 일도 종종 생기곤 하지만, 이 싸움이 언제나 짜릿한 승리감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농성을 ‘사유지 불법점거’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무산되어버린 후에도 사측의 괴롭힘은 꾸준했다. 악랄하고 폭력적인 탄압 행위가 전면에 드러난 뒤로 전처럼 밥을 빼앗거나 전기를 끊어버리는 일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측은 여전히 훼방을 놓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아직도 연대방문은 금지되어 있고, 농성은 오직 로비에서만 가능하다. 사측은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로비 양옆의 문을 막아 직원들이 로비를 통과해 갈 수 없게 만들었다. 직원들로 하여금 ‘농성 때문에 불편해졌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법원의 허가도 받았고, 정당하게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다른 직원들의 오고감을 방해하고 있다면 자꾸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볼 수 있는 동관, 서관으로 향하기라도 하면 이곳은 “사유지”라며 가로막아버린다. 그는 사측의 이런 훼방이 “직원들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하려는 “조작”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오늘 아침에 직원들을 또 양쪽으로만 들여보내 줘서 그럼 여기도 있고 양쪽 동관 서관 출입문 있는 데로 가서 시위를 했잖아. 근데 여기 엘지잖아. 근데 동관도 서관도 엘지 건물인데 SNI라는 자회사 여기 엘지 건물 관리하는 회사에서 사람들이 나와가지고 여기는 사유지라서 안 된대. 그럼 거기는 엘지가 아니라 다른 회사냐고. (중략) 그런 식으로 우리를 차단을 하고 이용을 못 하게 하고 직원들 방해한다고 그렇게 조작을 한 거야. 우리 때문에 직원들이 불편하다는 조작을 한 거지.”
LG트윈타워는 본래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건물이다. 지나가던 누구라도 배가 고프면 잠시 들러 밥 한 끼 해결할 수 있고, 현금이 똑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유롭게 들어와 돈을 인출해 갈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이다. 그런데 어쩐지 해고노동자들만은 건물 내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기도, 밥을 먹기도 어렵다며, 양진순 씨는 주먹을 꼭 쥐었다. 해고를 당했으니 ‘외부인’이 되어버린 것인가 하기엔, 그냥 ‘외부인’보다 더 심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외부인한테는 밥을 안 팔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알아서 끼니를 해결하려 해도 그것조차 가만두고 보지 않는다. 양진순 씨와 동료들은 연대물품으로 전달받은 도시락을 들고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찾아갔다. 잠시 앉아 끼니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여기서는 먹으면 안 된다”며 쫓아냈다. 별수 없이 로비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그제야 S&I 센터장이 다가와 식당 문을 열어뒀으니 그리로 가서 먹으란다. 그 후에도 식당 문을 잠가버리는 일은 계속 있었다.
어디라도 편히 앉아 식사하지 못하는 것만 해도 속이 끓는데 건물 안에서 화장실을 이용마저 어려운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2020년 말부터 “사람들을 심어놓고” 엘리베이터 사용을 감시하거나 갑자기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잠가버리곤 했었는데, 새해가 되자 곧바로 ‘엘리베이터 완전 사용 금지’를 선포했다. 엘리베이터를 쓰지 못하니 그나마 가장 가까운 지하 1층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양진순 씨는 대부분 60대를 훌쩍 넘긴 노동자들이 그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외부인’에게도 개방된 식당이나 화장실 사용 등의 기본적인 영역조차 제한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자들의 투쟁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산으로 보였다. 사측의 부당한 지시와 뻔뻔한 노동 착취를 더는 참지 않고 이야기하려던 것뿐인데, 지독하긴 했어도 몇 년 동안 일했던 회사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니. 양진순 씨는 연신 “어이가 없다”며 씁쓸해했다.
“외부인이 된 거야 우리가. 해고당했으니까 외부인이다 이거지. 너네한테 밥 안 팔아 이래서 이제 도시락 연대를 받아서 밥을 먹고 있잖아. 근데 맨날 식당 문을 잠가버려. 우리 밥을 먹어야 되는데. (중략) 여기서(로비에서) 그래서 밥을 먹었지. 그랬더니 그때서 와가지고 식당 문열어놨으니까 가서 먹으라고 SNI 센터장이라고 강동수라는 센터장이 주로 이렇게 하는데 그날도 강동순이라는 센터장이 와가지고 식당 문 열어줄 거니까 내려가서 먹으라고. 우리는 이미 다 먹고 있는데. 그렇게 식당도 다 열어주고 다음부턴 식당에서 먹는데, 맨날 잠가놔서 전화해서 열어달라고 그래. 그런 식으로 해서 밥도 우리는 여기서 안 팔아서 오늘도 점심 시켜가지고 먹었고….”
“12월 31일 되기 전에도 그런 행동(엘리베이터 사용 통제)을 했어. 왜 그런 행동을 했겠어 위에서 지시를 했겠지. 1월 1일이 되니까 이제 완전 차단. 저쪽도 못 가고 엘리베이터 못 사용하고 화장실이 여기서 지하 1층까지 계단이 42개야. 한 3층 정도 높이란 말이야 여기서. 근데 우리가 화장실을 거기를 다녀야 돼. 근데 엘리베이터를 못 쓰게 하니까 그나마 평일에는 직원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오는 거 틀어놓으니까, 낮에는 그나마 올라오는 거 사용할 수가 있어. 근데 내려가는 거는 이렇게 내려가야 되잖아. 시위할 때 잠 깔아놨을 때 참다 참다 못 참겠을 때 가야되는 거야.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힘드니까.”
사진 출처: LG트윈타워 공대위
이토록 치사하고 교묘한 꼼수를 견디면서까지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쟁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댓글 창에서는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투쟁을 ‘떼쓰기’로 바라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런데 양진순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투쟁이 ‘떼쓰기’가 아닌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그는 “노동조합 가입한 거밖에 죄가 없는데”도 사측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단해고를 통보하고, 조합원들을 끈질기게 괴롭혀왔다. 지난하고 힘겨운 투쟁에서 양진순 씨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잘못한 게 없는데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으니, 원래의 일자리를 되찾음으로써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법적으로는 안 되어있지만 관례적으로 진짜 어디 어느 회사도 업체가 바뀌면 자동으로 승계하는 추세가 그러는데 여기서만 업체를 못 땄으니까 해고됐으니까 너네 이제 나가라 이러면 우리가 나가겠어, 안 나가겠어. 여기서 일해 왔는데 억울하잖아. 노동조합 가입한 거밖에 죄가 없는데 여기서 고용 승계 해 달라.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지.”
분명하고 단호한 목적을 가진 싸움이지만 사측의 괴롭힘과 한겨울의 추위 앞에서는 번번이 마음이 물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투쟁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단결’과 ‘연대’의 힘이라고, 양진순 씨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로비를 지나던 직원들은 머뭇거리며 손편지와 응원을 건네고, 투쟁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 끼 연대’를 비롯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오고 있다. 그는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연대의 마음을 나누는 이들도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가만 웃어 보였다. 때로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날마다 함께하는 동료들의 마음과, 또 주위에서 잊지 않고 보내주는 연대의 메시지를 받으면 다시금 일어나 농성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지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양진순 씨의 마음은, LG 밖의 노동자들에게도 닿아있다. 간접고용 형태로 일을 하는, 또는 노조 활동을 탄압받고 있는, 비슷한 상황의 많은 노동자들이 LG트윈타워에서의 투쟁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까 더더욱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고, 양진순 씨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 큰 엘지”의 명명백백히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지 못하고 스러진다면, 노조 활동을 용납하지 못하는 다른 수많은 회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노동자들을 괴롭힐 것을 내다보고 있는 듯했다. 억울한 해고에 물러서지 않고, 더 크게 외치고,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수많은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응원들에 힘입어 싸움을 계속하여서, 꼭 이겨내 보이고 싶다는 게 양진순 씨의 마음이었다.
“근무하는 직원들도 말은 못 하지 자기네 밥줄이니까. 근데도 소리 없이 응원하는 사람들 많아요. 은근히 밥값도 넣어주고 손편지도 써서 주고. 지나가다가 힘내라고 이렇게 하고. (중략) 될 수 있으면 똘똘 뭉쳐서 우리 같이해보자. 지금도 힘들고 하 이게 될까 막 그만둘까 이런 마음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 사실 나조차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 큰 엘지를 이기지 못한다면 주변에 있는 건물들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이나 경비나 보안들, 이런 사람들도 은근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꼭 이겨야 하고. 지금 연대해주시는 분들 또 지부에서 민주노총 지부에서 엄청 애쓰고 있잖아. 그분들의 수고도 헛되면 안 되고 우리는 여기서 그냥 해고당했으니까 너무 억울하잖아.”
단결과 연대의 힘으로 LG와의 싸움에서 꼭 이겨서 “바늘로 얼음 깨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는, 결연한 모습의 양진순 씨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LG트윈타워를 나섰다. 양진순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지 보름째 되어가던 날, 새로운 뉴스가 전해졌다. 이번에는 사측에서 LG마포빌딩 일자리를 제안했단다.
S&I 측은 LG트윈타워 청소는 이미 백상기업과 계약돼 있어 지수 측 근로자를 재고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지수와 계약돼 있는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한 것이다. 마포빌딩은 트윈타워에서 약 3㎞가량 떨어져 있어 출퇴근 환경에서 큰 차이가 없고, 기존 LG마포빌딩 청소인력 19명을 두고 추가로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당 청소면적이 줄어드는 등 근무 조건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또 30명이 같은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으므로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 와해’ 우려도 줄었다고 보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LG, 트윈타워 농성 근로자에 “전원 마포빌딩서 고용 유지” 제안”
이미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마쳤기에 해고한 노동자들의 재고용은 어렵겠다는 것, 그런데 마침 마포빌딩이 트윈타워와 멀지 않아 출퇴근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근무 조건은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 모두 그럴듯한 ‘사실들’처럼 보지만, 양진순 씨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는 문장들 사이에는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계약만료’, ‘재고용’, ‘근무조건 개선’이라는 건조하면서도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말만 남고, 노조탄압과 부당해고, 고용 승계 거부, 투쟁 과정에서의 악랄한 훼방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있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직장을 되찾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양진순 씨를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를 찬찬히 되짚어보니, 기사에 가지런히 적힌 ‘사실관계들’ 사이의 빈칸이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듯하다.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 연대의 마음을 전해주는 시민들과 함께 부당한 해고에 함께 맞서나가고 싶다는 양진순 씨의 마음과 지난했던 투쟁의 경험을 덧입혀 읽어보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양진순 씨의 싸움에서 ‘새 일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양진순 씨는 가까운 지역의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사측의 제안은 집단해고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여기서 일하려고 여기서 싸우는” 것이지 “다른 데 갈 거 같으면 우리가 찾아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물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의 노련함과 청소 과정이 모두 다를 것인데, ‘청소’ 일이라고 아무 데나 시켜주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측의 순진하고도 단순한 생각에 기가 차는 것은 물론이고, 사측의 꼼수에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게 양진순 씨의 단호한 입장이다. 다른 지역이라도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표면적으로 ‘고용 승계’를 이룬 것으로 내보이기에 유리해지기 때문에, 사측이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마련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진순 씨는 “노조 활동 한 것밖엔 죄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돌연 계약해지와 집단해고를 통보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갖은 방법으로 투쟁을 방해해 온 LG에 맞서고자 했다. 그래서 ‘떼쓰지 말라’, ‘왜 애먼 LG에 가서 따지냐’는 말에도 움츠러들거나 물러설 수 없었다. 추위와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투쟁을 이어나가는 이유이다.
글 편집위원 아리(ououpp@naver.com), 연자(candella96@naver.com)
[1] 이승훈, “‘노조 만들면 계약해지로 집단해고’... 전형적 노조파괴 공식 자행한 LG”. 민중의 소리. 2020.01.22., https://www.vop.co.kr/A000015423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