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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Jun 18. 2023

작가란 무엇일까

토막 에세이-의지

작가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나는 먼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나라는 사람은 무엇일까.

글 계정과 출판사 단톡방에서의 나는 주로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려.

이곳들에서의 나는 글을 업으로 삼고, 꼼꼼히 나의 글들을 분석하고, 좋아하는 책들을 골라 읽고, 여러 번 퇴고를 하고, 창작물에 있어서 완벽함을 지향하는 사람이지.

또, 가끔 비대면으로 마주하던 사람들을 직접 보러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나는 주로 격식 있는 원피스나 셔츠, 갈색 자켓을 입어.

반면에, 대학에서의 나는 주로 '온유'라는 호칭으로 불려.

이곳에서의 나는 꽤나 활기차고,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기 싫은 주제의 레포트를 투덜거리며 억지로 해내기도 해. 과 친구들과 실없는 농담을 하며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해지기도 하고, 투명 안경을 쓰고 편한 검은 티셔츠, 편한 바지를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 또, 밴드동아리에서 노래 부르기와 드럼 배우기를 좋아하며 미래의 나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기도 하는. 평범한 여대생이지.

부모님에게 나는 사랑스러운 막내딸일 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영원히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면모들을 가진 특별한 사람일 거야.


여러 개의 정체성이 있는 채로 살아간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더라.

종종 과할 만큼 피곤해져서, 꼭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해줘야 하거든.


개인 책을 출판하고 카카오 브런치에서 에세이도 연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해. 내 마음속엔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해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던 스무 살의 내가 들어앉아 있거든.


여러 번 거듭해서 생각해 봤어. 작가란 무엇일까? 글을 쓰는 작가마다 글들을 적지만. 내 생각에 글을 쓰는 모든 작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적지 않으면 타고나게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야.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면, 그게 비워질 때까지 종이에 글들을 끼적이거나 타자를 두드려 줘야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모든 작가의 숙명이 아닐까.


시를 쓰는 사람, 짧은 글귀를 적는 사람. 에세이를 쓰는 사람, 소설을 쓰는 사람. 대본을 쓰는 사람 등등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색과 향이 묻어 나오는 글들을 적겠지만.

확실한 건, 글을 적는 우리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거라는 사실이야.


종종 나 자신을 감당하기에도 벅차하는 나이지만, 이런 나의 글이 너의 마음 어딘가와 닮아 있다면, 닿아 있다면.

내 글을 읽어줄래, 나라는 사람을 알아채 줄래.

글을 읽는 너에게 건네는 나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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