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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Jul 02. 2023

글로 써버릴게

토막 에세이-의지

※사진출처: tving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사람마다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방식이 달라. 나는 언제나 힘든 일이 생기면, 고통과 슬픔을 아예 깊게 파고들어서 정면으로 직면하는 방식을 선택해. 그리고 그 감정들을 세심하게 분배하고 정제해서, 글로 남기지. 글을 다 적고 나면, 한 번 정도 읽은 후 그 글을 돌아보지 않아.

나중에 책으로 엮기 전에 쭉 쌓인 글들을 읽어보면, 그날의 감정들이 좀 새롭게 다가오더라. 그 당시에는 엄청 힘들고 커다란 문제였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전체적인 느낌으로 바라보면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맥락의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어서 말이야.

프리다 칼로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충격적일 정도로 고통과 솔직하게 직면하는 방식을 선택했어. 그녀의 그림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과 상황, 괴로운 마음들이 정말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녀의 그림들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좋아해.

<부서진 기둥> 같은 그림들은 말야, 프리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있는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야. 처음 이 작품을 생각 없이 바라본 사람들은 그림이 다소 불쾌하고 기괴하다 생각할 수 있어.

그러나 차츰차츰 그림들을 보다 보면, 프리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돼.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야.

힘든 상황 속에서 강인한 그녀의 그림들을 보다 보면, 종종 나의 고통도 그 그림 속에 빨려 들어 함께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프리다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써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은, 글로 나의 마음을 전달하면 상처를 덜 입힐 수 있잖아. 글을 적으며 내 감정이 누그러뜨려지고, 그런 상태에서는 더욱 차분하게 상대와 대화할 수 있잖아. 또,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후에 적은 것이다 보니 실수할 일도 덜어지고, 화가 담긴 어조나, 차가운 말투로 말하지 않을 수 있잖아.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잖아. 그래서 그냥 나는 쓰는 게 좋나 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고, 계속하다 보니 좀 익숙해진 거지.

여전히 나는 모르는 점들이 너무 많지만, 삶을 배우면서 이것저것 적어나가고 있어. 결국, 삶은 끊임없는 배움인 거야.

너는 말을 자주 했고,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썼었지. 이제부터 이 공간에서 다시 시작되는 건 우리가 아닌 나의 이야기야. 난 이 공간에서 계속 나의 이야기를 쓸게. 넌 너의 이야기를 입으로 전하며 살아가.


요새는 전체적으로 좀 덜어내고 있어, 아마 나는 방 청소를 마치고 매일 남는 시간엔 운동을 할 거고, 계획했던 대로 다음 주부턴 평일에 대본분석과 책 읽기를 시작할 거야. 주말 알바도 구했어, 열심히 노력하다가도 종종 친구들을 만나고, 야채 위주로 식단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학기 중엔 대학에서 꿈과 관련된 커다란 학문을 배우고, 방학 땐 스스로 노력하겠지.

어떻게든 살아갈 거야,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고 노력하고, 즐기다 보면 말이야.


너는 어떨까, 네가 그립지만, 보고 싶진 않아.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아서 그럴 거야.


어찌 됐든, 당신도 잘 살아, 나는 앞으로 좀 더 독하게 열심히 살아볼게.

그리고, 쓰는 걸 쉬어간다 해도, 멈추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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