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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Nov 25. 2023

무제

아침 한낮 오후 그 밤

손끝에 닿는 하늘은 늘 서늘하여

자리끼들이

검푸른 요강 안에서 밤새 게워졌다


분홍색 꿈들 위엔

이미 먹물이 부어져 있고

복잡다단한 생의 한 켠엔

쉴 새 없이 곰팡이가 서려

맘이 서러웠다


그는 자주 건네받은 온기를 씹었고


딱딱한 가죽 지갑엔

꼿꼿이 버티고 선 세 장의 지폐들이

매몰차게 그를 노려봤고


시간은 드디어 흘러

창살 속새로 달빛이 스며들 때쯤


주택 담보대출


짙은 여섯 글자가 기어코 우리의 품 안에

꾸역꾸역 박혔지만

우리는 꿋꿋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의 단단한 마음속을


들여다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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