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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Jul 20. 2023

  시골집 다녀와서     





 마음이 고운 친구가 있다. 고운 마음씨 중에도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그 친구 님편은 지금 치매 환자다. 그래서 남편을 위해 귀농을 결심하고 시골집을 장만했다.


 오늘은 그 친구의 시골집을 구경하러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친구가 그동안 집마련을 위해 고민하다 결정한 마음을 알기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수리 하는 분이 운전을 하고 나와 친구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드디어 큰길 차도에서 시골 좁은 길로 들어섰다. 앞에서 오는 차라도 만난다면 비켜 설 공간도 없는 좁은 도로를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꺼먼 왕모기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나도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렇게 큰 모기들은 처음 본다. 모기들을 피해 햇빛이 있는 대문 앞에 자리를 잡아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대문은 양쪽으로 열 수 있는 옛날 모습 그대로인 나무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일러실이 있고 부엌은 입식이라 그대로 살리면 될 거 같다. 그리고 제일 고민은 화장실인데 마루를 지나 신발을 신고 가야 하는 옛날식이라 완전히 다른 곳에 만들어야겠다.


 집 입구부터 담을 끼고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밖을 나가보니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경관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인삼밭, 소나무 숲도 집옆에 있고,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와 옛날 재래식 화장실 옆에는 풀이 밭을 이뤄 땅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내심 이 풀들을 어떻게 없애나 걱정을 했는데 겨울이 되면 저절로 죽는다고 한다. 그래도 혼자 주변 정리를 다 해야 하는 친구가 걱정이 된다. 시골에 내려가 집 앞에 텃밭과 화원도 꾸미고 남편도 공기 좋은 곳에 오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집 안의 뼈대만 살려 새 단장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우리는 시골에 내려올 때와는 달리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가을에 마련했던 집은 수리를 끝내고 겨울애는 집을 비어 두기로 했다.

따뜻한 봄날 친구는 서산시 부석면으로 거처를 옮겼다. 친구를 보내는 마음은 서운하지만 서울 집엔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6월 서산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친구 집에 들렀다.

대문 앞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보리수나무가 서 있고 주변에 무성했던 풀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친구는 그동안 준비해 간 각종 씨앗과 모종을 심은 채소들이 많이 자라 흐뭇해한다. 앞밭에 심어놓은 참깨. 상추 고추, 녹두, 고구마 잎이 자란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하느라 바쁘다. 친구는 시골 오면 이런 재미도 있어야 한다며 보리수열매도 따고 상추와 고추도 싸주었다.

 

 내가 보기에 친구 부부는 시골생활에 적응을 아주 잘하고 있는 거 같다. 서울 생활보다 자연 속에서의 삶은 여유와 근심걱정이 없어 좋다고 친구는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고 남편도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조금은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요양원에 안 보내고 손수 돌보미를 하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 젊어서 잘해 준 것도 아니고 힘들게 했던 친구의 남편이라는 걸 누구보다 나는 잘 안다.  남편에게 사랑으로 대하는 친구를 볼 때 아름답게 보인다.


 친구의 남편은 몸이 불편해서 식구들의 손이 가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은 건강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산에서 운동하다 만나면 인사도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사라져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어린아이처럼 밥도 먹여주고 양치도 해주고 매일 하루 세끼를 챙겨 주느라 친구의 하루는 바쁘다. 주변 사람들이 요양원에 모셔라 해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까 불쌍해서 못한다고 한다.

  

 그런 친구를 보며 나라면 하고 깊이 생각해 본다.

시골에서의 삶이 남편에게 생명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행복한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23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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