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에 있는 장가계를 갔다. 이곳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장가계에가서 대협곡, 보봉호수, 원가계, 황석채, 유리잔도 등 여러 곳을 돌아봤다. 그중 천문산과 황용동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이곳 천문산 케이블카는 도심 한복판에서 탑승해 시내를 가로질러 산으로 넘어간다는 점이 특이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한눈에 내려다보는 경치는 아찔하면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 절경이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니 경외심마저 든다.
평지를 가는 듯하더니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갈 때는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생각한 나도 조금은 무서웠다.
천문산에 마지막 코스인 천문동은 마치 하늘나라와 맞닿은 듯 한 천국문 계단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천동문은 하늘로 향하는 문이라고 불린다. 세계 에어쇼에서 경비행기 4대가 동시에 천문동을 통과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한참을 바라보며 계단이 몇 개일까? 올려다본다.
지금은 막아놓아서 올라갈 수 없지만 10년 전에는 올라갔다고 한다.
거대한 장벽 같은 자연 석벽에 어떻게 문처럼 저런 구멍을 뚫을 수 있었을까?
천동문을 돌아보며 인간의 능력의 한계점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의 희생과 땀방울이 빗어낸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황용 동굴
거대한 종류석으로 이루어진 중국 10대 웅장한 황용동굴이다. 용암동과 지각운동으로 인해 생성된 석회암 용암동굴로 아시아 최대의 종유석이 모여 있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중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동굴 안에는 수많은 기이한 종유석이 천태만상이다. 울긋불긋 무지개 색을 띠고 화려한 각양각색의 암석들이 조명 덕분인지 더 멋져 보인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한참을 걷다가 눈에 띄는 동상이 있었다. 눈썰미 있는 친구가 바로 이순신장군 같다고 말을 한다. 그랬다. 바로 가이드가 이순신장군동상이라고 설명을 할 때 우리는 한국의 유명한 전설을 이곳 중국에서 마주 할 수 있음에 놀랐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빠르게 움직이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사이 잠시 벗어나 쉴 공간을 찾아 우리들만의 휴식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육십 중반이 되어 몸이 안 좋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함께 응원하며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여행을 즐겼다.
고량주
여행을 앞두고 감기로 엄청 괴로웠다. 이틀이 멀다 하구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밤에만 심하게 찾아오는 기침은 떠나갈 줄을 모른다. 가습기도 틀어놓고 목 주변을 핫팩으로 최대한 따뜻하게 해주는 등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 아이들 키울 때 감기를 달고 살아서 그 시절 기침감기로 고생할 때 해줬던 민간요법이 생각났다. 무와 배를 얕게 썰어 꿀에 버무려 두 시간만 지나면 달달한 물이 생긴다. 그 물은 가래를 삭이는 약이 된다. 그래서 그것도 여러 번 해 먹었다. 많은 노력 끝에 조금은 가벼워졌지만 기침은 똑떨어지지 않으니 여행 가서 다른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특히 3일간 같은 방에서 지낼 친구에게 나로 인해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하며 즐거운 저녁 식사시간 삼겹살에 서비스로 맥주와 고량주가 나왔다. 세 팀 중 두 팀은 고량주를 따서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친구들은 고량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맥주는 한잔씩 마셨다. 평소에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내가 고량주로 자꾸 눈길이 갔고 옆테이블에 우리 고량주를 통째로 갖다 주며 한잔을 얻어 마셨다.
이게 웬일인가 난생처음 마셔보는 고량주는 나의 목을 타고 위로 내려가자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그날 나는 소주잔으로 두 잔을 마시고 내 짝꿍과 함께 호텔로 올라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친구가 하는 말이 “너 어젯밤에 기침도 안 하고 잘 잤어!" 친구의 말에 나도 편안함을 느꼈다.
여행오기 전날까지 밤새 기침을 했었는데 고량주는 특효약이 되었다. 나의 고량주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가이드도 알게 되었다.
옆테이블에 건네준 고량주가 눈에 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고량주를 한 병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술 서비스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이드에게 부탁했다.
가이드가 구해 준 고량주 한 병을 소중하게 한국으로 가져왔다. 마치 나에게 상비약인 것처럼…….
고량주는 곡식으로 만든 술로 도수가 40도라 한다. 나는 고량주란 술을 만나 이번 장가계 여행은 신기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