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다.
내 방에 있던 원목 이불장이
어린이 감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파스텔톤의 가구로 내 방을 꾸미고 싶다고!!
혼자 속으로 부글부글했던 것 같다.
엄마가 외출한 어느 날 오후,
집에 있던 흰색, 초록, 파랑 페인트를 보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흰색과 초록을 섞고,
흰색과 파랑을 섞었다. 완벽한 파스텔톤이 되었다.
문 한쪽은 민트색, 또 다른 한쪽은 하늘색으로 칠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거지! 이제 내 방에 어울리는 가구가 되었어!‘
엄마가 오셨다.
놀란 엄마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셨지만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갔다.
엄마가 보시기에 나쁘지 않았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공간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공간은 한정적인데
갖고 싶은 공간은 점점 더 늘어났다.
책을 전시하는 공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고,
빈티지 소품을 수집, 전시하는 공간도 갖고 싶어졌다.
도대체 몇 평이어야 가능할까?
이런 공간의 욕심이 숙박업으로 날개를 펼치게 될 줄이야.
나도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숙박업은 나의 사심을 채울 수 있는 완벽한 사업이 되었다.
예쁜 거울은 201호에,
무드 있는 벽조명은 202호에,
원목 벽선반은 203호에,
라탄 거울은 204호에,
아치 화장대는 205호에,
빈티지 사다리는 206호에,
좋아하는 가구와 소품들로 공간을 꾸밀 때,
그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공간 욕심의 나비효과:
공간에 욕심이 많던 어린 초등학생은
공간에 진심인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시절 엄마가 나를 덜 혼내셨던 건..
어쩌면 엄마도 파스텔톤 가구를 사 주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