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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Nov 09. 2023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녀의 선택

상담사와의 마지막 대화가 있던 날, 

상담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희수씨 어떠세요? 헤어지고 나면 허전하고 힘들 것 같다고 고민했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저도 헤어지고 나면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요. 그리고 요즘 이상한 걸 느껴요. 어느 날 주방에서 거실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키가 커진 느낌이 드는 거예요. 바닥이 멀어진 느낌이랄까.. 아니면 어깨가 펴진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랬어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내가 짓눌러 있었던 부분이 있었나봐요. 실은 지금은 책도 보고 운동도 가고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동호회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회화연습도 하고 치맥도 하고 뭔가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 같아요."

"어머나 다행이네요. 제가 볼 땐 희수씨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이 드네요. 희수씨 말속에서 키가 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하고 홀가분한 느낌이란 말도 하고. 희수씨는 자원이 많은  분이니까 앞으로 잘 해내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느덧 시간은 서너 달이 지나갔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군가와의 대화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음악을 틀었다. 그녀의 애창곡을 들으며 흥얼거렸다. 

문득,

이렇게 혼자 앞으로 30~40년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들일 수 있을까?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랑도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녀는 그와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전 남편과는 전혀 다르게 무엇이든 나누고 줄 줄 아는 사람이었고 마음이 넘칠 때 과하게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가끔은 그런 넘치는 표현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기까지  했었다. 

'앞으로 내가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도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그녀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그리곤 동시에 상담사의 말을 떠올렸다.

"희수씨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보냈고 다른 인연도 만났지만 이제 자신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혼 후에 있어야 할 진정한 애도의 시간이나 홀로 서기 할 시간을  갖지 못했었을까? 이런 생각은 안 해도 돼요. 누군가 적극적으로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제가 희수씨와의 대화를 통해 볼 때 충분히 다른 사람도 만날 수 거라고 믿어요."

그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 기억 속에 두려움은 남아있다. 

그녀는 이혼이 힘든 진짜 이유는 평생을 함께 하리라 믿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며 그 상처는 다시 그런 사랑을 주고받기를 두려워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와 대화 중 이혼 한 사실을 알리자 친구가 물었다.

"이혼을 선택한 것은 잘한 것 같아?"

"응, 후회는 안 해.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지금처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내 직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좋아." 그녀가 답했다.

"그럼 됐어. 다 나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이혼도 이별도 언제나 어떤 선택이든 그것은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 때 후회를 최소한으로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그녀의 선택이 후회를 최소화하는 쪽이라기보다는 가장 그녀가 바라는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런 선택 속에서 살아갈 것을 알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나머지 선택지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조금이라도 남기 마련이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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