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입꼬리야 내려와

by HeeSoo

너무도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전날의 비로 하늘은 높고 멀리 보이는 높고 파란 하늘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주었다.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함께 그 길을 걷는 많은 다른 이들과 걸음을 맞춰본다.


자전거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아빠의 모습, 연인과 다정히 손을 맞잡고 걷는 모습, 어느 중절모의 할아버지는 아이들에 풍선 인형을 만들어 주고 계셨다. 오랜만에 느끼는 너무도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를 흥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광대가 승천하는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침대에 뭉개고 있었다면 땅 치고 후회할 뻔했군...’


눈도 입꼬리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런 게 소확행인가??'





한동안 우울증이 찾아왔다던 친구가 공원을 걸으며 많이 힐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이곳은 나의 마음이에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자유로움을 안겨주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디뎠다.

점점 다리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살짝 땀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자 기분이 더욱 상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운동복을 갖춰 입고 나와서 조깅을 할걸 그랬나?..'


왠지 더 땀을 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이렇게 밖을 활보하고 바람의 상쾌함을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상처가 많이 치유가 되었구나...'

자연스럽게 밀려온 생각이었다.


어떤 일이든 끝은 존재하는 것 같다.

아픔도 슬픔도 어쩌면 사랑도 끝없이 영원한 것은 없는 듯하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던 길을 되돌아온다.



삶을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그 선택이 어떤 선택이든 나의 자유의지로 인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선택에 대한 온전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수 있다.


언제나 선택권을 나에게 주었던 부모님께 또 나를 독립적이고 강하게 키워주신 것에 대해 요즘은 너무 큰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어떤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많은 생각과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는 토요일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가족이 다 같이 모이지 못해 아쉽지만, 부모님과 오붓한 저녁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다음번엔 그 길을 따라 달리며 땀을 흘리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야겠다.



Photos by HeeSoo using '9 cam' app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