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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Jan 18. 2021

Back to the 2015, London 3

 Walking around the City

워낙 걷는 걸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최대한 많이 걷는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으니 이번에는 런던에서 가장 걷기 좋은 코스를 소개해 볼까 한다.



버로우 마켓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던 런던시청 앞 광장에서 템즈 강변을 바라보며 타워브리지(Tower Bridge)와 런던탑(Tower of London)을 실컷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버로우 마켓에서 간식거리를 충분히 사는 것도 잊지 말고! 이번 일정에서는 도톰하고 폭신한 슈크림 빵(? 도넛?)과 오렌지가 주 간식으로 낙찰되었다.

이번 여행으로부터 9년 전 첫 유럽 여행을 왔을 때는 템즈강 유람선 위에서, 또 맞은편 런던탑 앞에서 야경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타워브리지와 런던탑, 런던시청까지 한 폭에 담을 수 있는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가까워진다. 두근두근
여기가 명당이로군!
음악도 둠칫 둠칫, 구름이 심상치 않아도 일단은 신난다!


어스름해진 후 야경을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아무리 우중충하고 가끔은 추워도 한 여름이라 밤 9시, 10시가 되어도 도무지 어두워지지 않는다. 아직 두 발로 걸어서 가봐야 할 곳이 많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변을 따라 서쪽을 향해 가본다.



20분쯤 천천히 걷다 보면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과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등장한다. 이실직고하자면 이 여행을 다녀온 후에야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당시에는 좀 독특하게 생긴 중세 시대 건물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다. 현재 모습은 엘리자베스 시대 극장의 원형으로 복원된 상태이고 야외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공연한다고 한다.

두둥! 가까이서는 한 프레임이 안 들어온다

테이트 모던은 내가 런던에서 좋아하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원래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1등 자리에서 밀려났다.) 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로 사용하던 건물을 1994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하였고 그 이후로 런던에서 3위 안에 꼽히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안에 전시된 작품도 좋지만 발전소로 사용했을 때의 공간이나 구조물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한 건축물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처음 마주했을 때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없었지만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압도적인 감동을 준다.

내부의 엄청난 공간, 9년 전 바닥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던 그때



테이트 모던과 템즈강 건너 세인트 폴 대성당 사이에는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라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 보행자 전용 다리라는 것이 지금은 익숙한 개념이지만 내가 학부를 다닐 때는 강의 양쪽을 잇는 다리를 차량이 아닌 사람이 점유한다는 것이 다소 낯설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보행자 전용 다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묘하게 신났다. 자전거나 도보 같은 이동수단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라는 느낌이었달까? 환경과 건강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대적인 흐름이 있었으니까.


졸업작품으로 했던 잠실 종합운동장 재생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를 따라서 잠실에서 한강 맞은편까지 보행자 전용 다리를 연결했었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것도 졸업작품에서 만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때 측정한 한강 폭의 제일 좁은 곳이 1km였으니 한강에 보행자 전용 다리를 놓는다는 건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술적인 어려움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질 테니 굳이 벌일 필요가 없는 사업일 것이다. 다만 그런 사업성을 생각하지 않고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따라 무작정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때의 내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을 뿐.

다리 위에서 동서남북 눈에도 가득 담고 카메라에도 꾹꾹 눌러 담았다



밀레니엄 브리지 위에서 사진도 맘껏 찍으며 천천히 세인트 폴 대성당(Saint Paul's Cathedral)으로 향했다. 역시나 런던은 낮게 깔린 구름과 잔뜩 흐린 하늘로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화창한 런던 하늘만 마주했더라면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을 것이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영국 국교인 성공회 성당으로 1965년 윈스턴 처칠의 장례식,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로 유명하다. 원래 건물은 1666년 런던 대화재로 완전히 불타버렸고 현재 성당은 재건축한 건물이다. 가까이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돔은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


같은 뿌리를 가진 종교이긴 하지만 나는 어쩐지 성공회나 개신교가 편하지 않다. 당시 가톨릭 조직이 인간적인 욕망으로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걸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사람의 편의대로 재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편리한 부분은 취하고 불편한 부분은 없애고 그것이 정말 신의 뜻이었을까? 신의 본질은 결국 하나이고 그걸 어떻게 부르고 어떤 방법으로 흠숭하는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작 신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톨릭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가톨릭 신자 입장에서는, 개신교가 자신들 존재의 당위성을 가톨릭의 부패에 두고 그것을 강조해서 선전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다.



논란이 될 만한 민감한 종교 얘기는 그만두고, 아직 날은 밝은데 이상하게도 피곤해서 시계를 봤더니 벌써 저녁 9시? 아직도 이렇게 밝은데? 더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숙소 근처로 향했다. 미리 추천을 받아 둔 숙소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쉬어야지. 앞으로도 여행은 19일이나 남았고 하루는 또 시작될 테니.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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