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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조 Jun 03. 2022

쉘 위 댄스?_ 베버 <무도회의 권유>

초보자의 클래식 일기 29

흔히 행복한 삶은 안정된 생활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안정된 생활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새로울 것도 두근거림도 없는 안정된 생활에는 '권태'가 비집고 들어와 '균열'이라는 불청객을 불러들이기 십상이다.



영화;

"위 댄스"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


근면 성실한 중년의 회사원 스기야마,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은행 융자를 끼고 있지만 교외에 2층 집도 해서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남부러울 게 없는 남자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 직장과 집만을 오가는 그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삶은 무료했다.  


여느 날처럼 전철을 타고 퇴근하던 스기야마는 잠시 정차한 역에서 우연히 건물 2층 댄스 교습소 창가에 서있는 한 여인을 바라보게 된다. 퇴근길 전철에서 매일 바라보게 되는 그녀,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스기야마의 마음은 괜히 울렁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가 있는 댄스 교습소에 들어가게 되고 얼떨결에 교습 등록을 한다. 그러나 그에게 춤을 가르쳐줄 선생님은 그가 바라보던 젊은 여인 '마이'선생님이 아니고 할머니 댄서이다.


아무튼 생전 처음 배우는 춤이 어설프기만 하고 굳은 몸은 마음을 따라오지 않아 어렵다. 그러나 다소 불순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고 무료했던 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집 앞 전철역에서 내리면 자세 교정기를 끼고 아무도 없는 다리 밑에서 혼자 연습하는 열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종종 늦게 들어오고 까닭 없이 생기가 도는 등 이상하게 변하자 불륜을 의심하고 사설탐정을 붙여 뒤를 캐본다. 다행히 불륜은 아니지만 남녀가 밀착해서 추는 춤에 남편이 빠져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한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마침내 스기야마는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아내와 딸은 몰래 구경을 간다. 그들이 구경 온 사실도 모르고 춤에 몰두하는 스기야마, 그런데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딸의 응원 목소리에 아내와 딸을 발견하고 당황하여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스텝이 꼬이며 파트너의 드레스를 밟게 되고 그 드레스가 쭉 찢어지며 벗겨지게 된 것이다. 그의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난다. 


춤을 통해 활력을 되찾았던 스기야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세계적인 댄서였지만 슬럼프에 빠져 피신하듯 동네 교습소에 있었던 마이는 스기야마를 통해 춤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를 위한 파티를 계획한 제자들은 마이의 편지를 들고 스기야마를 찾아가 송별 무도회에 참석해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송별 무도회가 열리는 날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스기야마는 퇴근을 하고서도 밤거리를 전전하며 망설이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탄다. 하지만 잠시 정차한 전철역에서 다시 올려다본 댄스 교습소의 창문, 거기에는 마이의 모습 대신 "Shall we dance 스기야마?"라는 커다란 글씨가 붙여져 있다.


결국 마지막 순간 무도회장에 나타난 스기야마는 "Shall we dance?"라는 마이의 '무도회의 권유'에 응하여 그녀와 함께 춤을 추며 영화는 끝난다.



칼 마리아 폰 베버 Carl Maria Von Weber(독일 1786~1826)는 당시 작곡가보다는 오페라 지휘자로 더 유명했던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무도회의 권유>와 오페라 <마탄의 사수> 작곡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독일에서는 '독일 오페라 부흥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음악가'이며 '독일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로 여겨지고 있다. 한마디로 '독일 음악이란 이런 것'이라는 전형을 보여준 가장 독일적인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위대한 예술가'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근대 지휘의 기초를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베버 이전의 지휘자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동시에 지휘도 해야하는 '많은 연주자들 중 한 명'이었다. 반면 베버는 악기를 연주하지는 않고 지휘봉을 잡고 오로지 지휘에만 몰두했다. 이때부터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휘어잡고 끌고가는 명실상부한 마에스트로'의 지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을 방황하며 보내기도 했던 베버는 서른세 살에 오페라 가수 카롤리네와 결혼하여 생활이 안정되자 음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결혼 후 2년이 지난 1819년, 베버는 아내에게 아래와 같이 작곡 내용을 설명하고 피아노곡을 작곡하여 연주해 주었다. 그가 <화려한 론도 Rondo Brillante>라고 이름 붙인 이 곡이 바로 <무도회의 권유> (Aufforderung zum Tanz,  Invitation to the Dance)이다. 원래의 제목을 따르자면 <무도에의 권유> 또는 <춤으로의 초대>가 더 맞을 듯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도회의 권유>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느 무도회에서 한 신사가 젊은 숙녀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수줍어 얼굴을 붉히며 그의 접근을 거절한다. 그러나 신사가 다시 한번 공손히 다가간다. 결국 그녀는 엷은 미소와 함께 말문을 연다. 잠시 동안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신사는 그녀를 홀로 이끌고 나온다.

드디어 음악이 시작되고 두 남녀는 힘차게 발을 내디디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왈츠 음악에 맞추어 빙글빙글 돌며 음악에 몸을 맡긴다. 한동안 즐겁게 춤을 추고 난 뒤 음악이 끝나자 신사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퇴장한다. 무도회도 아쉬움을 남긴 채 끝이 난다.



카라얀이 1971년 베를린 필을 지휘하여 연주한 <무도회의 권유> CD


연주 시간이 10 분이 채 안 되는 이 <무도회의 권유> 베버가 결혼식 무도회에서(다리 장애로 인해) 아내와 춤을 추지 못했던 서글픔과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담아 아내에게 바친 아름다운 곡이다. 베버는 태어나면서부터 좌골에 이상이 있어서 4살까지는 걷지도 못했으며 그 후로도 평생토록 다리를 절면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아내 카롤리네는 춤대신 '무도회의 정경을 묘사'하여 바친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고 기쁨의 눈물로 이 곡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원래 피아노곡인 이 작품은 훗날 후배 작곡가 베를리오즈 Berlioz(프랑스 1803~1869)가 1941년에 화려한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였고 지금은 피아노곡보다는 베를리오즈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많이 듣는다.


https://youtu.be/6TiROXnB9Ck

카라얀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연주한 <무도회의 권유>


연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서주 - 화려한 왈츠 - 마무리'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는 베버가 설명한 대로 '춤의 권유 - 신사와 숙녀의 춤 - 인사와 퇴장'을 묘사하고 있다.


서주 Moderato (보통 빠르게) (0:00~1:36)

잔잔한 저음의 첼로는 신사가 춤을 권유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뒤이어 나오는 클라리넷은 남자의 권유를 사양하는 숙녀를 묘사하고 있다. 첼로가 다시 한번 춤을 권유(0:22)하면 숙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사와 함께 무대로 나온다.


화려한 왈츠 Allegro Vivace (빠르고 생기있게) (1:36~7:46)

신사와 숙녀는 빠른 왈츠 리듬에 맞춰 힘차게 발을 내디디며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하고 차츰 흥에 겨워 클라이맥스에 이른 후 화려하게 끝을 맺는다.

 

마무리 Moderato (보통 빠르게) (7:49~8:38)

춤추느라 가빠진 숨을 약 2~3초간 고른 후 서주 선율이 다시 나오는데 신사가 숙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하는 장면이다.


'화려한 왈츠' 부분이 끝나고 '마무리'가 시작될 때까지 약 2~3초 간의 휴지부를 지날 때가 흥미롭다. 이때 곡이 끝난 줄 알고 성급하게 박수를 치지 말고 조금 참으며 기다려주어야 한다. 춤추던 남녀가 인사하고 퇴장할 때까지...



커버 이미지 출처_네이버 이미지


참고   [이 한 장의 명반, 안동림]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박종호]

           [최신 명곡 해설, 삼호뮤직]

           [유튜브 영화 리뷰_춤을 통해 행복을 되찾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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