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에겐 워라밸이 아니라워워밸(work-war-balance)이다
뜻을 해석하자면 일과 삶의 균형.. 즉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뭐 대충 이런 뜻인 것 같다.
요즘 20대 청년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도 바로 이 워. 라. 밸 이라고 알고 있다.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지 여부는 그 회사의 연봉 액수와 맞먹는 선택 순위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워라밸을 나름 보장하려고 애쓰고 있는 회사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라면 미혼 또는 기혼이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워라밸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퇴근 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러 간다던가, 조깅이나 헬스 같은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어린 자녀들을 기르고 있는 직장 내 부모들은 직장에서 퇴근할 때 서로 퇴근 인사로
"출근하겠습니다."
라고 한다.
퇴근을 하는데 출근을 한다고?
바로 "육아 출근"이다.
집으로 돌아온 나의 스케줄은 직장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타이트하고 빡빡하게 돌아간다.
쉬는 시간 따윈 절대 있을 수 없다.
저녁 먹이기, 치우기, 놀아주기, 씻기기, 재우기 등등..
저녁시간부터 아이가 자는 9~10시 남짓까지 3~4시간은.. 내 하루 24시간 중 가장 치열하고 가장 전투적인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식탁의자에 철퍼덕 앉아 있으면, 폭격 맞은 것 같은 거실이 보인다.
치열했던 전쟁터의 흔적이다.
난 분명 다른 이들보다 더 일찍 차에 시동을 걸었고, 실제로도 집에 왔으니 남들은 나에게 워라밸 있는 삶이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전혀 워라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이게 워라밸이라면.. X나 줘버려라!!!!
워킹맘들은 퇴근이 없다. 회사에서 퇴근은 진정한 퇴근이라 할 수 없다. 제2의 직장. 육아 월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씨름했을 아내를 위해 퇴근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퇴근을 한다.
퇴근 후 녹초가 된 아내와 바통터치 후에는 모든 육아는 본인의 몫이 된다.
(아니라 생각되는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좀.. 바통터치 좀 해주자)
우리는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함으로써 모두가 선택적으로 이 워워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 한 번에 행복을 느끼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SNS를 보며 퇴근 후 테니스코트를 누비고 있고, 필라테스를 배우러 갔으며, 영어 토익 공부를 하고 있는 A군, B양을 부러워하는 그대여!
우리는 그들이 절대로 느끼지 못할 '아이' 라는 삶의 전부를 얻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