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Feb 09. 2022

나뚜기의 병상일기(1)

2022년 음력 1월 1일 고속도로 5중 추돌 사고

"전복위화"

운이 좋았다.

올해는 운이 좋게 설 연휴에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직업 특성상 휴가를 내지 않으면 경북 의성에 있는 시댁에 방문하는 것은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였다.

시댁에서 설날 당일 상행선이 밀릴 것을 생각해서 10시쯤 집을 나섰다.

눈이 온다는 전날의 예보를 보았지만 일찍 나섰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시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이 왔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뒤에서 지루해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꺼내려는 순간.

쾅!

뒤이어

쾅, 쾅, 쾅


악! 소리와 함께 아이들부터 챙겼다.

애들은! 애들은 괜찮아?

다행히 아이들은 괜찮은 것 같았다.

우리 부부도 외형적으로 크게 다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고속도로 상에 안전거리를 우지 하지 않은 차들이 그대로 우리차를 4번 연속 들이받았던 것이었다.


아이들을 차에 잠시 두고, 차에서 내려보니 5중 추돌사고로 뒷차들의 차량 훼손이 심각했다.

고속도로에서 빠른속도로 차들이 앞뒤로 들이받았으니 멀쩡한게 더 이상할 일이였다.


나는 일단 크게 다친 사람부터 확인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119 필요하신 분 있어요~? 빨리 동승자분들 상태 확인부탁드려요!!"

쑥스럽고 뭐고를 떠나 고속도로상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다행히 119가 필요할 정도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맨 뒷차 아줌마가 내가 첫차에서 내린 사람이라는걸 알고 우리보고 '갑자기(?) 왜 멈췄냐고, 차가 이상있어요?' 라며 어이없는 말을 발사해 대는 바람에 급 뚜껑이 열리려 했지만 '운전면허 없는 사람은 저런생각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며 참았다 )


한시간 정도 기다리니 보험회사 직원분들과, 경찰분들께서 오셨다.

경찰은 사고조사경위를 조사하겠다며 00IC에서 모두 내리라고 하였다. 우리차를 제외한 4대는 아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레카차로 이동을 하고 우리차만 겨우 직접운전하여 갈 수 있었다.


우리차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제일 첫번째 자동차였던 우리차는 100% 피해자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도로 위에서 2~3시간이 훌쩍 지나고 다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니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4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집까지의 도착시간은 9시간을 훌쩍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올해 새해부터 휴가를 쓸 수 있었던 아주 럭키한 상황이 화를 불러왔다.

복이 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전복위화 였다.

고속도로 위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는건 내 생애 처음 있는 날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