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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g Lee Nov 05. 2021

LGBTQ 난민, 들어보셨나요?

성소수자인 걸 들키면 목숨이 위험하다.


독일에서 인권관련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하나는 성소수자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성소수자라고 부르고, 어떤 차별이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갈  있는지 토론하기도 하고 학술적 자료들도 찾아보며 공부한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기차로 거의 두 시간을 가야 하는 다른 도시의 단체로 견학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성소수자 난민들을 위한 단체였다. 나는 사실 이전까지는 성소수자 난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난민 중에서도 성소수자가 있긴 하겠지'

정도로 생각했고, 그런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단체이려니 하고 갔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 단체에서 하는 일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독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쟁 때문일 수도 있고, 자연재해, 생태적 재앙, 극심한 빈곤 등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난민에 관한 뉴스이다. 시리아의 전쟁 때문에 발생한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유입되었다거나, 아프리카에서 난민들이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오는 등의 뉴스들이 한국에서 많이 접하는 난민에 관한 뉴스들이어서인지, 나도 난민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이유로 생존을 위해 다른 나라로 온 사람들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 외에도 종교, 인종, 성적 지향을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난민신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 날 이 단체에 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엄격한 무슬림 국가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들킨다면 생명을 위협받을 것이고, 실제로 성소수자임을 들켜 살해당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꼭 전쟁이나 빈곤이 아니더라도, 좋은 직업과 사랑하는 가족들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난민신청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학을 안내해 준 자원봉사자는 한 이집트에서 온 난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집트에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엘리트로 국가기밀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에서 일하던 A는 어느 날,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들키고 만다. 그리고 그걸 빌미로 국가의 기밀정보를 넘길 것을 요구받았다. 정보를 넘기지 않으면 너의 성정체성을 알려 이 땅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할 거라고 협박하면서, A는 이가 밝혀질 경우 모든 것을 잃을 것은 당연하고, 생명의 위협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기밀을 유출하면 역시나 사형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독일로 난민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LGBTQ 난민들을 지지하는 버튼,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이다.

독일에서 내가 만난 대부분의 LGBTQ인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LGBTQ는 독일에서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을지는 몰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정체성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성소수자임이 밝혀져서 차별받는 경우는 있지만,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LGBTQ 난민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다양성보다 종교적 율법이나 관습적 도덕을 앞세운 사람들이 그들을 살해하고, 협박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살기 위해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절대로 순탄치 않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난민 신청 이유가 나의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이라면 이를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때로는 연인과 함께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난민 수용소로 나뉘어 수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난민 수용시설 내에서도 성소수자인 것을 들키면 목숨이 위험하긴 마찬가지여서 LGBTQ만의 난민수용소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새로운 것이었고, 인권에 대해 배운다면서 나 역시 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LGBTQ인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언젠가는, 어디서도 이런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들이 목숨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는,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올까? 그러기 이전에- 사람들이 이런 난민도 있다는 것을 알고 또 그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늘어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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