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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Nov 25. 2022

이민자들의 한국 손님맞이 고민

반가움 반 스푼, 부담감 열 스푼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베푼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방문 기간 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제가 이용만 당하는 호구 느낌이더라고요.


매년 크리스마스 홀리데이가 다가오면 이민자들의 귀여운 고민이 생각난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전혀 귀엽지 않고 심각한 고민이다. 바로 휴가 차 한국에서 놀러 온 가족, 친지, 친구 등 손님맞이에 대한 것이다. 이 글은 손님 입장이 아니라 철저히 호스트인 이민자들 입장에서 쓰인 것이라 손님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노여워 마시길 부탁드린다.




먼저 이민자가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휴가를 길게   있는 기간이 회사마다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서로의 휴가 일정을 맞춰서 들어오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한국의 휴가에 맞춰 해외 사는 지인을 방문하는 경우는 갈등의 씨앗이  수도 있다. 이때 한국 손님은 해외 사는 지인에게 최대한 방해 안돼게 자신이 알아서 머물다 가겠다고 호언장담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항 픽업, 휴가  교통편, 식사, 게스트  제공 등등 솔직하게 말해서 모두 돈이다. 집에 이미 셰어 생을 들인 경우는 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다녀가는 사람은 이게 모두 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같다고 한다. 어차피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놓는 정도로 쉽게 생각한다고 토로한다.


특히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의 시간에 민폐를 끼친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한다. 어차피 쉬는 시간에 자기랑 같이 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해외는 비교적 한국보다 휴가 사용이 자유롭고 퇴근시간도 한국보다 빠른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사람 기준에서 해외의 직장 생활이 더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민자도 회사에 바쁜 시즌이 있고 업무 프로젝트의 강도에 따라서 주위 사람을 챙길 여력이 없을 때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을 배려해주지 않고 무작정 자기 좋은 시간에 방문하려고 하면 많이 곤란하다고 한다. 정중하게 거절해도 절대 방해 안되고 신경 쓸 일 없을 것이라 하면 더 이상 거절하기 곤란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막상 와서 혼자 잘할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굳이 밀고 들어오는 행동을 안 하지 않을까? 아마 그런 사람이라면 숙소를 외부에 따로 잡고 해외 사는 지인과는 밖에서 잠깐 얼굴 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일이 바쁘지 않은 시즌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민자 입장에서는 퇴근해서도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호스트가 석 박사 학생인 경우에 더 심각하다. 학생의 시간이 직장인보다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실 상황, 지도교수 성향에 따라서 출퇴근 시간이 타이트한 경우도 있고 연구 일정에 따라 정말 여력이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고 무작정 밀고 들어올 때도 있다고 한다. 왜 확실히 안된다고 거절을 못하냐면 그런 상황은 한국의 손님이 갑이어서 거절 자체가 어려운 경우이다. 심지어 어떤 박사과정생은 한국에 사는 한 교수가 비행기 출발과 동시에 카톡으로 자신의 방문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참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다.


물론 트러블 없이 잘 지내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이가 정말 좋아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 친지, 친한 친구의 방문이 그렇다. 그리고 방문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우도 그렇다. 해외 사는 자식들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아이를 봐주러 가족이 방문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서로 휴가를 맞춰  회사의 업무 부담이 전혀 없을 때도 비교적 트러블 없이 같이 여행 다니며 잘 지내다 가신다고 한다.



한국 손님을 맞는 문제로 이민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대접해드리고 싶고 은혜를 갚고 싶은 정말 고마운 분들은 그렇게 놀다 가시라고 부탁드려도 오히려 폐 끼치는 것이 미안하다며 절대 오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설프게 아는 관계 즉 관계가 망가져도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 굳이 와서 그렇게 민폐를 끼치고 간다고 한다.


굳이 왜 그럴까? 예전처럼 해외여행 비용이 너무 비싸 선뜻 못 나가는 시절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인터넷이 잘돼 쉽게 검색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 하나 있으면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딱 그 정도의 심리적 위안만 바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것에서 더 바란다면 손님 입장에서 별거 아닌 것도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에게는 큰 일일 수 있다. 내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배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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