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괴로운 생각 극복하기
소소한 노하우 공유
누구나 살면서 쉽게 잊기 힘든 괴로운 일을 겪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했던 일, 자존심 박박 긁히는 비난을 들었던 일,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당한 일, 학대나 목숨을 위협받는 사고 같은 큰 일 등등 괴로움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사안에 따라 괴로움을 쉽게 떨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너무 심각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고통의 크기가 다양하다. 그렇게 겪은 사건에 따라 고통이 비례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고 개인의 상황과 극복능력에 따라 다르다. 이 다름으로 인해서 주변인들과 오해와 서운함이 생기기도 한다. 뭘 그런 일로 아직까지 스트레스받냐고 예민충 취급하는 핀잔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꼭 그런 말을 상대에게 쉽게 하는 사람도 막상 그 일이 자기 일이 되면 남보다 더 괴로워하고 난리 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또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무심해 보일 수도 있는 위로의 말을 쉽게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 일도 있다. 나는 소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괴로운 일을 보통의 사람보다는 더 크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통해 나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소소한 극복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털어놓기’이다. 가까운 친구 또는 멘토에게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두 번까지만 괜찮다. 반복되면 듣는 상대도 그 괴로움에 전염되기 쉽다. 남의 하소연 들어주는 일은 고역이다. 부정적인 얘기로 상대방 기분까지 다운시키는 일은 큰 실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크게 통찰력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딱히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내 얘기를 정성 들여 듣고 세심하게 분석하여 아주 좋은 해결책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털어내는 것이다. 나야 트레이닝 과정에서 필수적을 상담을 받아야 해서 쉽게 접근했지만 아무래도 일반인에겐 진입장벽이 있다. 비싼 비용도 부담이 되고 무엇보다도 잘하는 기관과 상담사를 찾는 것도 일이고 예약해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걸고 기다려서 방문해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진다.
이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기대는 방법이 셀프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이 아닌 나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기도나 명상이 좋은 예이다. 또는 빈 종이에 나에게 고통을 줬던 사건과 내 감정을 마구마구 써 내려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도 한다. 각각의 방법 모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되고 해소되는 효과를 느끼기도 하지만 반복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처음과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느끼기 어려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단번에 해결되지 않은 괴로운 일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 아무리 그것을 컨트롤하려고 해도 일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씻다가도 무방비로 괴로운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생각 안 하려고 하면 더 떠오른다. 따라서 아예 괴로운 생각을 무제한으로 해버리는 기한을 딱 정해놓고 맘껏 괴로운 일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스스로 그 생각에 질려버리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한이 넘어서도 계속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럴 때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아예 그 생각으로 가지 못하도록 다른 프로젝트로 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떠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 것과 같이 그 괴로움을 다른 고통 또는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학생일 경우 자격증 시험, 영어점수 만들기 등으로 나 자신을 잡생각 없이 어떤 일에 강제적으로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 안 하고 중독성 쩌는 드라마를 골라서 완결까지 보고 있으면 적어도 그 시간에는 괴로운 일이 생각나기 어렵다. 확실히 처음에 주의환기가 확실히 되어 생각이 안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새로운 프로젝트에 내 열정이 떨어지면 다시 괴로운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실제로 나의 경우 괴로운 일로 몸서리치고 있을 때 내가 애정하는 스포츠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갑자기 트레이드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응원팀에 대한 배신감으로 열불 나 그와 관련된 기사와 관련 커뮤니티 글들을 파느라 잠시 그 괴로운 일이 생각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도 일주일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받아들이게 되자 귀신같이 괴로운 일이 다시 계속 생각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Here and now’로 내 주의집중을 가져오는 것이다. 괴로운 생각이 날 때 곧바로 지금 몇 월, 며칠, 무슨 요일, 몇 시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괴로운 생각으로 빨려 들어가던 내 정신을 잽싸게 구출해 올 수 있다.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인지 스스로 환기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기출변형으로 에너지가 조금 더 들어가는 외국어로 생각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갈수록 괴로움에 무뎌졌으면 좋겠는데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고통받는 일을 겪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뭐라도 다 해봐야 한다. 하지만 결국 그 고통이 잠잠해지는 것은 내 안에서 그 일에 대한 열쇠가 풀려야 가능해지는 것 같다. 이미 오래된 일이라 상대와 뭐 담판을 짓거나 문제가 되었던 사건을 다시 되돌아가 해결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벌어진 일은 못 바꾼다.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한 내 해석은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왜 일어났고 이게 다시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과거를 바꿀 순 없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게 되면 마음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되었던 작은 노력이라도 하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그 지점에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