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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 Nov 26. 2022

마지막 날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입원하면서 내가 간절히 소원하던 것이 있다. 첫째는 샤워, 둘째는 옆으로 누워 자기였다. 둘 다 불가능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나의 양 어깨부터 옆구리 곳곳에 연결된 총 5~6개의 줄(라인) 때문이었다.

어떤 줄은 수액 등이 몸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함이었고, 어떤 줄은 소변, 혈액 등이 밖으로 흘러나오게 하기 위한 통로였다. 각각의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른 주머니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마치 날개가 여섯이라고 하는 천사 스랍(세라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환자의 현실은 명화나 만화 속 천사들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침대 밖으로 이동할 때면 나에겐 날개들을 챙길 시간이 필요했다. 낮엔 괜찮지만 한밤에 자다가 급하게 화장실에 가야 할 때는 타이밍을 놓쳐서 속옷과 바지를 다 갈아입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침대에서 옆으로 돌아눕는 순간 승모근 옆에 꽂힌 바늘들이 피부 속 살을 찔렀다. 나는 꾀를 내어 어깨는 고정한 상태로 허리 각도를 살짝 틀고 한쪽 다리를 침대 칸막이에 고정시켜 최적의(?) 자세를 찾아내려 하곤 했다. 그렇지만 주로 등과 엉덩이가 바닥에 눌려 있어서 그런지 욕창이 쉬이 낫지 않았다.

점차 몸이 회복됨에 따라 밤낮으로 함께했던 날개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그때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점차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게 되었다.

퇴원하는 날, 마지막 날개인 정맥주사 줄을 뽑았다. 나는 이제 언제든지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날아갈 듯 기뻤다. 흔한 의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정들었던 의료진들에게 연신 작별 인사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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