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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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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 Dec 15. 2022

엄마는 웹툰 작가가 될래

부쩍 큰 아들과 꿈, 장래희망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아들, 너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나는 엄마 옆에 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하(누구 맘대로). 그래? 그럼 어떤 활동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 엄마는 웹툰 그리는 어른이 될 거야."
"나는 축구랑 티볼하는 어른."

그렇다. 나의 새로운 꿈은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이다.
계획만 하고 있다가 1년이 훌쩍 지나가게 할 수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지?'

역시 만만 한 건 '내 이야기'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인 출산 에피소드부터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겐 슬프고 충격적인 사고였지만 나에겐 되려 감사한 것도 많았던 시간이다.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말씀 안에서 고통을 마주했던 시간들을 나누고도 싶었다. 이를 통해 삶은 변하지 않았으나 삶을 대하는 나는 자유할 수 있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선물해야지.'

책 만드는 건 디자이너인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림 연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응, 아니야. 일단 시작해.'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었다. 목차를 만듦과 동시에 첫 화를 그렸다. 처음 목표는 '하루에 한 회 끝낼 만큼만 적당히 그리자'였다. 회차가 지날수록 점점 욕심이 생겼다.

한 챕터가 끝나자 좀 더 웹툰스럽게 구성해보고 싶었다. 웹툰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클립 스튜디오'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판을 벌리는 거 아닐까? 이 나이에 뭘 또 배워.'
'응, 아니야. 일단 구입해.'

시작은 언제나 무지 노트부터


신경 쓸 부분이 점점 많아졌다. 부족한 그림 실력이 발목을 잡았다. 관련 책과 온라인 수업을 찾아봤다. 그림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보였다. 고민 끝에 내가 아주 자신 없어하던 '글쓰기'도 시작했다.

'의미 없는 일이야. 이걸 누가 봐?'
'응, 아니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에너지를 잃고 한동안 손을 놓을 때도 있었다. 그럼  누군가 긍정의 댓글이나 DM을 남겼다. 함께 작가를 꿈꾸는 지인들이 나를 채찍질(?) 했다. 덕분에 아주 느릿느릿, 서툰 걸음으로 지금 이 글까지 왔다. (지금은 두 번째 챕터를 끝내고 글부터 작성하는 중이다)

내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주께서 택하신 이들이 잘되는 것을 내게 보게 해 주의 나라의 기쁨을 나누게 하시고 주의 유산을 자랑하게 하소서.
(시 106:5_우리말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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