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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라늄이 점점 Nov 06. 2021

조용하고 쓸쓸한 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눈물을 본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무슨 일 때문에 이 아이가 울면서 돌아왔을까.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대답 없이 울기만 하던 아이는 친구의 부음을 알렸다.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의 슬픔 앞에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래, 슬퍼해도 돼.

품에 안긴 아이의 뜨거운 날숨이 가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학원에서 돌아온 후 말없이 방에서 나오지 않던 아이가 조용히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분명 슬프고 아픈 일이지. 하지만 감정을 멈출 줄도 알아야 해.

응...

아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하고는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디 내일 아침에는 슬픔의 무게가 덜어져 있기를.

부디 너무 오랫동안 그 안에 갇혀 아파하지 않기를.


나는 거실을 서성이다 베란다로 나왔다.

체리 세이지 붉은 꽃잎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불 꺼진 아파트 창들.

텅 빈 놀이터 옆 가로등.

가로등 불빛 아래로 무심히 지는 낙엽.

떨어진 낙엽을 쓸고 가는 바람.


조용하고 쓸쓸한 밤이다.

유난히 더 조용하고 쓸쓸한 밤.

한 아이의 숨소리가 사라진 만큼 더 조용하고.

한 아이의 체온이 사라진 만큼 더 쓸쓸한.


내일이 입동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밤하늘에 별 하나 새로 반짝인다.

부디 저 하늘이 너무 춥지 않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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